이타적 유전자·김정태> [임팩트 시대가 왔다] 10년 전 '당신은 비행기를 애용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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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김정태> [임팩트 시대가 왔다] 10년 전 '당신은 비행기를 애용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이사
  • 입력 : 2021. 06.09(수) 13:58
  • 편집에디터

김정태 MYSC 대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 참여를 한 적이 있다. '변화의 원동력(Drivers of Change)'이란 주제로 미래의 변화를 이끄는 175개의 질문을 소개하고, 우리가 살아갈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미래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참여형 전시였다. 공간에는 작은 카드가 있었고 누구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선택해 생각을 적은 뒤 그 카드를 전시 공간에 부착하면, 다시 새로운 방문객들이 누적된 내용들을 보고 상호작용하는 전시 방식이었다.

가장 인기 많은 전시 중의 하나였던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살아가며 거의 처음 들어보는, 그리고 매우 어색한 질문들을 접했다. 이때가 2011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질문들을 10년 전의 당시 방문객들이 먼저 접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치 2030년의 미래세대가 고민할 질문들의 리스트를 오늘날 우리가 살짝 엿보게 될 때의 오묘한 느낌과 흡사했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정성스럽게 기록하고 전시 공간에 남겨 놓은 방문객들은 흥미롭게도 대다수가 어린 학생들이었다. 자신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질문들이었기에 어쩌면 가장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어른들은 어땠을까? 아쉽게도 어른들은 175개의 질문에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기억하기로는 전시 공간에 성인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적어 공유한 기록물은 찾기 어려웠다. 어른들은 먼 미래형 질문을 고민하기에는 당장의 현재형 질문만으로도 이미 벅찼을 수도 있다. 당시의 이들은 어디든 조직의 리더이고, 상급자이고, 기획자이고, 결재권자였을 것이다. 미래 세대와 앞으로의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그때의 어른들은 얼마나 미래를 고민하고 고려했을까?

이 질문들은 호주 오페라하우스, 베이징올림픽 경기장, 인천대교 등을 건축한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기업 아룹(Arup)의 미래예측팀의 연구결과물이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모습이 어떤 시나리오일지 가늠하도록 돕는 175개의 질문카드를 접하며 꼭 한국에 소개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미래의 질문에 관심을 갖는 출판사를 찾기 어려워 직접 창업한 '에딧더월드'라는 출판사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예측 툴킷'이란 이름으로 번역출간을 했고 전시 참여까지 이어졌다.

175개의 질문들은 빈곤, 도시화, 인구변화, 물, 기후변화, 쓰레기, 에너지 등 7개의 주제 그룹으로 구분되어 있다. 기후변화 주제에는 "당신은 비행기를 애용합니까?"란 질문이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는 "한 사람이 유럽과 뉴욕을 비행기로 왕복하게 되면 2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유럽인 1명이 집에서 난방과 전기 사용으로 배출하는 1년치 평균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하다"는 참고 색인이 덧붙여져 있다. 비행기 여행이 무척 자연스럽고 자유로웠던 당시에 이런 질문은 무척 어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4월 10일에 들려온 한 소식은 이 질문에 담긴 놀라운 통찰력을 되돌아보게 한다. 프랑스 하원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의 국내선 항공 운항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접할 때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이 무척 제한되어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탄소가 미래 화폐가 될까요?"란 질문도 있다. 대기업 모두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점에서 탄소 배출을 낮추는 제품 개발에 몰입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이미 우리는 과거에 이런 현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그 미래를 미리 준비했고, 누군가는 그냥 흘려보냈을 것이다.

당장의 현실이 부여하는 질문들 말고, 최소 앞으로 10년 후 우리가 당면할 미래를 위해 지금 먼저 생각해야 할 질문들은 무엇일까? 당신에게 10년 후를 엿볼 수 있는 질문들이 주어진다면 그 질문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미래의 질문들은 어쩌면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질문을 놓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10년 후의 질문을 지금 듣게 된다면, 우리의 지금 선택과 행동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