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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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김은지 경제부 기자
  • 입력 : 2021. 06.08(화) 15:20
  • 김은지 기자
김은지 경제부 기자
어릴 적 과학시간에 보여줬던 공상과학영화 속 기술들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편안하고 편리한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앞당긴 인공지능의 발전은 하루하루 시시각각으로 발전해 어쩔 때는 영화 '매트릭스'가 현실화되는 건 아닌지 불안감도 들게 만든다.

얼마 전 이런 인공지능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 시연 현장을 찾았다.

80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는 AI(인공지능) 스피커를 꿀단지처럼 품에 쏙 안고 "이놈 없이는 이제 심심해서 못 산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시연을 위해 뱉은 "나 죽겄다"라는 한마디에 AI 스피커는 자녀들에게 알림을 보냈고, 곧장 전화가 걸려와 현장 곳곳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고령화와 더불어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Untact) 사회의 도래로 노인의 '디지털 소외'가 사회의 주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을 주채널로 사용해오던 행정, 경제는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그 결과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세대와 계층은 더욱 깊숙한 사각지대에 갇혔다.

급속도로 진행된 비대면 사회로의 이행은 아날로그적 삶에 익숙한 노인 세대들에게 단순히 불편함의 감수를 넘어 경제·사회적 차별의 심화를 도래했다.

디지털 기기 활용 미숙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욱 심각했다.

전반적인 디지털 기기 활용 수준을 나타내는 수치는 '종합적 디지털 정보화 수준'으로, 이는 디지털 접근, 역량, 활용 능력 등의 하위 요인을 포함한다.

일반 국민의 종합적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라고 했을 때, 70대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35.7%로 일반 국민의 1/3을 겨우 넘겼다. 7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38.3%임에도 불구하고 활용 수준은 26.0%에 그쳤다.

이는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전화, 문자 등 단조로운 활용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고령층 세부 연령별로 각기 다른 디지털 역량을 지니고 있으므로 나이에 맞는 세부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삶의 질 변화는 노인들에게 사용이 낯설 수밖에 없다. 편리한 삶을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인 1956년생이 법정 노인이 되는 해로, 새로운 차원의 고령화 사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노인 디지털 소외의 현상과 대처방안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안을 진단하고, 그들의 보폭에 맞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