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도균>역대급 농가소득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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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도균>역대급 농가소득의 두 얼굴
오도균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입력 : 2021. 06.08(화) 14:31
  • 편집에디터
오도균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가계의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은 가계의 가용 자원이 늘어나 구성원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농가소득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반갑지 않은 농가 또는 농협 직원은 없을 것이다.

지난 26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농가 경제조사에 따르면 '20년 농가 평균소득은 4503만원으로 '16년 3720만원 대비 21.1% 증가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 주변의 농촌 마을 한 가구가 지난해 평균 4500만원 가량의 소득을 거둔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농가소득 수치를 보고 마냥 뿌듯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작년 한해 역대급 국난이라 할 수 있는 코로나19로 농산물 판로를 잃고, 유례없는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친 현장의 농민들에게 이 같은 통계 수치는 오히려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농가의 평균소득을 구성하는 농업소득, 농업외소득, 이전소득을 구분하여 살펴보면 이러한 현장의 온도차를 이해할만 하다. 경영체로서 농가에 가장 중요한 농업소득은 농가 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작을 뿐만 아니라, '18년 약 1300만원 을 기록한 이후 '19년 약 1000만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였고 '20년 역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20년 농가소득이 '16년 대비 21.1% 증가하는 동안 농업소득은 17.8% 증가에 그친 반면, 이전소득은 62.4%로 매우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지난해 공익직불제에 따른 평균지급액 증가, 농업인 국민연금 지원,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이전소득이 크게 증가했고 이는 농가의 평균소득을 끌어 올린 가장 큰 요인이 된 것이다.

게다가 통계청이 3000여개 농가를 표본으로 조사하여 발표하는 농가소득은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소득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시중에 유동성을 급격히 확대 공급하였고 그 결과 원자재, 농산물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가소득 증가에 대한 낙관은 소득의 실질 가치는 변화 없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데도 명목소득의 증가로 소득이 늘어났다고 받아들이는 '화폐환상'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즉 농산물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농가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재화의 가격 역시 상승했기 때문에 농가소득이 실질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본 바와 같이 농가소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측면도 있다. 하지만 내년 이맘때 역시 통계청에서 발표될 '2021년 농가 경제조사에서도 농가소득이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면 한다. 그리고 농가소득 증가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농업소득이 크게 확대되어 농사가 즐겁고 살맛 난다는 농가가 많아졌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