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월을 기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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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리가 오월을 기억하는 방법
김해나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1. 06.06(일) 11:33
  • 김해나 기자
김해나 사회부 기자
다시 5월이 지났다.

가해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지만 41년 동안의 5월이 또다시 지나갔다.

1980년 5월18일.

광주는 고립됐고, 많은 광주 시민들은 다치거나 숨졌다.

아직도 그때의 상처를 안고 가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해 5월에 계엄군의 총칼에 이유 없이 희생당한 이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5·18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에 분노한 한 소년이 있다. 광주 대동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전영진 열사다.

그는 귀가 중 계엄군의 군홧발에 짓밟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전 열사는 분노하고 억울한 마음에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지 모르겠다'며 시위에 합류했다. 그는 '조국이 우리를 부른다'는 글을 남기고 민주화를 외쳤다. 그는 투쟁을 위해 트럭 뒷좌석에 앉아 이동하던 중 계엄군의 총격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전 열사를 기억하는 그의 동창생을 만나 그들이 기억하는 전 열사에 관해 물었다.

41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상처 역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중 한 명은 전 열사의 죽음 이후로 자신의 꿈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꿈을 가슴에 묻고, 전 열사를 기억하며 5·18의 역사를 사진으로 남기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전 열사와 5·18을 추모하고 있었다.

다시 찾아온 5월이 끝났다.

아직 미완의 과제는 너무나도 많고 그들의 상처는 여전한데 말이다.

5월이 잊혀지지 않으려면 '우리'가 5월을 추모해야 한다. 광주가 아닌 전국이, 전국이 아닌 세계가 5월을 기억해야 한다. 5·18 주간에 추모하는 것만이 5월을 기억하는 방법은 아니다.

고립된 곳에서 민주화를 울부짖었던 이들을 매 순간 잊지 않을 때 5월은 계속된다.

희생자들과,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잊지 않길 바란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