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전두환 문구 삭제, 亞문화원측서 압박"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518
광산구 "전두환 문구 삭제, 亞문화원측서 압박"
“말 안들으면 대관료 치를수도 ”||문화단체 “합당한 책임” 등 요구
  • 입력 : 2021. 06.02(수) 17:45
  • 김상철 기자
아시아문화원의 5·18민주화운동 41주년 특별전 홍보물 내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는 문구 삭제가 광산구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정상화시민연대 제공
사전 검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아시아문화원의 5·18 특별전 홍보물 내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는 문구 삭제에 광산구도 동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역 문화단체는 2일 광산구가 윤상원 열사 정신 계승 사업을 구정의 핵심 성과로 홍보하며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 것에 분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정상화시민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은 이날 성명에서 "아시아문화원과 광산구는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전시회 주최·공동 주관 기관인 광산구가 하성흡 작가의 5·18 특별전에 사용된 전시 홍보물 내 '전두환' 문구 검열·훼손에 동의했으며, 용역 홍보업체 대표에게 해당 문구 삭제를 최종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아시아문화원 민주평화교류센터장이었던 이경윤 청와대 문화비서관이 사건의 모든 과정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담당 직원에게 '작가도 동의했어?'라고 확인했을 뿐 홍보물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청와대는 사건의 당사자이며 담당 부서 책임자인 이 문화비서관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의 성명 발표 이후 광산구는 모든 사실을 인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다만 아시아문화원 측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구의 실무 담당자인 김모 씨가 제작사에 홈페이지 게시 등을 위해 해당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시아문화원 측에서 김 씨에게 '광산구가 대관료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등 은연중 압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씨는 이에 보고 없이 업체에 삭제를 요청했다"며 "아시아문화원에서 하 작가의 이름도 빼라고 지시했는데, 이름을 빼니 알게 된 작가가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실무자가 해당 사실을 뒤늦게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윤상원 열사를 기리는 전시회에서 문제에 휩싸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5·18의 전국화와 윤 열사를 위해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꼼꼼하고 세심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해당 담당자는 2012년 입사 후 현 부서에 들어온 지 4개월 정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광산구의 입장에도 주변 시선은 싸늘할 뿐이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일개 실무자가 선 조치 후 논란이 되자 보고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전에 미리 본인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사건을 개인의 실수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행정기관 등에서 충분한 점검이 미숙했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5·18과 관련한 문화 예술 작품을 다루는 담당자는 인문학적 소양이 함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이어 "5·18에 대한 예술을 간단하게 접근하면 오월 문화 작품이 가지는 요소들을 놓치기 쉽다"며 "본인이 놓치거나 모르는 것들은 관련 자료를 찾아보거나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처 살피지 못한 5·18 예술이 가지는 부분을 민감하고 예민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철 기자 sc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