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세 번째 기록-뉴질랜드 극지교육 연수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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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세 번째 기록-뉴질랜드 극지교육 연수를 기억하며'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1. 06.02(수) 16:09
  • 편집에디터
지난 2017년 필자는 미래해양과학기술인상 해양과학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미래해양과학기술인상은 해양수산부와 6개의 학회*로 이루어진 한국해양과학기술협의회가 해양과학기술 분야 학술발전과 관련 신진연구자의 사기 진작 및 자부심 고취를 위해 2017년에 제정했는데, 필자가 첫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었다. 수상 사실도 물론 기뻤지만, 수상 사실보다도 필자를 더욱 흥분되게 한 것은 부상으로 해외대학 극지교육 이수지원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대한조선학회, 한국항해항만학회, 한국해안·해양공학회, 한국해양공학회, 한국해양학회, 한국해양환경·에너지학회

해외대학 극지교육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 위치한 캔터베리 대학(Canterbury University) 남극연구센터에서 운영하는 남극학 전공과정 일명 PCAS 프로그램*을 일부 수강하고 극지 관련 기관들을 방문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참고로 크라이스트처치는 1955년부터 현재까지 약 65년 동안 남극의 관문 도시로 유명한 곳이며, 크라이스트처치에는 국제 남극 센터가 위치해 있고 한-뉴질랜드 남극 협력센터도 이곳에 있다.

*Postgraduate Certificate in Antarctic Studies, 총 2개월 과정으로 남극 전반에 관해 교육 받고 프로그램의 마지막 2주 동안에는 뉴질랜드 남극 기지에 직접 방문하여 남극 연구를 수행함

PCAS 프로그램은 남극 탐험의 역사, 남극 조약, 남극 과학, 남극 문학, 남극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수강 과목을 통해 남극의 다양한 모습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으며, 30여 명의 수강생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남극 이슈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주로 남극의 해양을 비롯하여 남극 환경 과학 분야에 관한 교육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필자의 예상을 깨는 프로그램이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과목을 담당하는 강사들 모두 극지 교육만을 위해 자원한 전문가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뛰어난 강사들과 적극적인 수강자들 덕분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3주 동안 흥미롭고 알찬 남극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남극 과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필자의 시야도 넓힐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극지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진행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고, 극지 해양 연구에 더 큰 애정을 쏟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필자의 대학원 재학 시절 주요 연구 무대는 극지가 아닌 동해였다. 당시에는 '과학으로 동해를 지키자'는 큰 목표 아래 열심히 동해 연구를 수행했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동해 열량의 변화, 동해 심층 순환의 변동 등을 밝혀내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고, 언론을 통해 해당 연구 내용들을 소개하는 등 과학 연구를 통해 동해를 알리고 지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 연구는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였기 때문에 동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아쉽게도 필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의 성과 홍보 정도에 그쳤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면 바로 이때의 아쉬운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 필자는 동해의 현상을 연구하는 해양학자지만, 당시 과학 외의 다양한 분야와 접목할 수 있는 더 넓은 시각이 있었다면 동해를 더 잘 홍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동해 명칭과 관련된 국제적인 논쟁은 심심찮게 언론 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이에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해양 과학자들은 과학으로 동해를 지키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그러나 남극의 관문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를 방문하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이루어진 PCAS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일반 대중들에게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본 동해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이 동해에 관해 친숙함을 느끼고, 동해를 함께 지키고자 하는 의지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PCAS 프로그램처럼 동해와 인접해 있는 시·도들이 협력하여 동해의 역사, 과학, 문학, 음악 등에 관한 지식을 쌓고 직접 관측 선박에도 승선하여 동해를 탐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모두에게 열려 있는 동해학 전공 과정'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