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5-1> ㎏당 5만6천원→3만2천원… '완도전복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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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35-1> ㎏당 5만6천원→3만2천원… '완도전복의 눈물'
'명성을 얻다·잃다·잇다'-완도전복||올해 전복값 역대 최저치 기록||수년째 적자 줄도산 위기 직면
  • 입력 : 2021. 05.30(일) 18:24
  • 김진영 기자

완도군 노화읍 고막리에서 가두리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연석씨가 전복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 전복 산지 가격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완도군 노화읍 고막리에서 가두리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연석씨가 전복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 전복 산지 가격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남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농·수·축·산림 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전남 곳곳의 수많은 특산품은 '전국 주산지'라는 명성까지 얻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변동 등으로 인해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산업화에 미진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본보는 전남 농·수·특산품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명성을 얻다·잃다·잇다'라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대로면 다 같이 줄도산할 처지입니다. 전복 한 마리가 과자 한 봉짓값만도 못합니다."

완도군 노화읍 고막리에서 가두리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연석(40) 씨는 올해 전복 출하 전부터 폐기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1㎏당 전복 산지 가격은 3만2000원 수준. 한때 ㎏당 5만6000원을 호가했던 전복이다. 역대 최저치(통계청 기준·2004년 이후) 기록이다. 국내 전복 생산량의 74%를 차지하는 완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가격하락 원인은 5월이면 완도 전복 양식어가의 전복 '과잉출하'가 이뤄지면서다. 6월 장마, 태풍이 오기 전에 내놓지 않으면 전복폐사가 우려되면서 '눈물의 출하'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전복 물량은 판매를 위한 과다 할인경쟁까지 이뤄지면서 소비자 가격이 산지보다 싸지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김씨는 "밖에서 볼 땐 고수익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민들의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키울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억대 어가가 쏟아지면서 한때 완도 노화엔 외제차가 즐비하고 섬 안에 골프연습장까지 있을 정도로 풍요로웠지만 이제는 파산을 걱정하는 신세다.

완도전복이 몰락한 원인은 "전복이 돈이 된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전복양식에 뛰어들면서다. 결국 과잉생산으로 이어졌고 가격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014년 기준 9400톤이던 완도 전복 생산량은 2020년 기준 1만4411톤에 달한다. 완도 한 곳만 해도 국내 적정 소비량인 1만3500톤을 넘어선 수치다.

이날 완도의 가두리 양식장에는 주로 2년 6개월 이상 자란 '큰 전복'이 많이 보였다. 원래 시장에 있어야 할 상품이다. 그런데 팔리지 않는 물량이 쌓이면서 양식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김 씨는 "어린 전복을 양식장에 들이고 미역·다시마를 주며 2~3년 키우고, 사람을 부리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가격이 이렇게 내려가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복은 12~1월 사이 치패를 입식해 다시마 등을 먹이로 키운다. 1㎏ 전복이 한 해 해조류 20㎏을 먹어 치운다. 김 씨가 지난해 양식장 1칸에 키울 치패를 매입한 비용은 40만5000원. 그런데 1년 뒤 양식을 마치고 가격을 산정해보니 양식장 1칸당 수익이 40만5000원이 나왔다. 1년간 전복을 키워 본전치기한 셈인데, 먹이로 사용된 해조류값과 인건비를 포함하면 적자는 눈덩이다.

김씨는 "아무리 가격이 내려가도 생산이 많아 도저히 팔리지 않는다"라며 "올해 양식한 전복의 30% 이상은 바다에서 건지지도 못하고 폐사할 처지"라고 했다.

가격하락에 완도 어민들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산경영인완도군연합회 김동수 회장은 "전복가격은 앞으로도 하락하거나 매우 제한적인 반등만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키울수록 적자가 나지만 막대한 시설비용이 투입된 탓에 어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눈물의 출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