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야 할 병원 악습 '태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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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라져야 할 병원 악습 '태움문화'
조진용 전남취재부 기자
  • 입력 : 2021. 05.30(일) 14:47
  • 조진용 기자
조진용 전남취재부 기자
군사정권이 남긴 악습의 뿌리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군기를 잡는다는 핑계로 각종 사고가 뉴스를 도배하고 있어서다. '하늘 위 군기'로 불리던 항공사 승무원들의 상사 갑질 문제는 물론이고 입학시즌이면 어김없이 나오던 대학교 선배의 신입생들 '똥군기 잡기', 간호계의 '태움 문화'까지 조직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군기'의 본래 의미는 하급자가 부동자세를 취하고 긴장감을 유지한 채 벌을 주는 행위가 아닌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여전히 강압적, 폭력적 군기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목포의 한 안과병원 선배 직원이 신입 직원에게 업무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과도한 군기를 잡는 '태움'이 발생해 파문을 일으켰다(본보 4월28일 4면 보도).

원무과 직원 B씨와 간호조무사 C씨는 '태움' 피해를 당한 간호조무사 A씨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잦은 폭언, 폭행을 일삼았고 강제로 약물을 주사하기까지 했다. 현재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폭행혐의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당시 A씨는 필자와 통화에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피해 사실들을 언론에 알렸다는 이유로 해당 병원에서 법적 대응이라도 할까 봐 걱정입니다. 향후 지역사회에서 동종업계 재취업 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간호계의 고질적 문제인 직장 내 괴롭힘 '태움'은 신입 직원에게 교육을 시킬 때 '재가 될 때까지 인간을 태운다'는 의미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생긴 악폐습이다.

'태움'은 직장 내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진행되는 통과의례나 교육이어서는 안된다. '태움'은 엄연한 학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보건의료 노조에 따르면 '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유산과 사산을 경험한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자살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모욕적인 꾸짖음과 폭언으로 이직률이 높아 입사 100일을 채우면 잘 버텼다는 의미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

나이팅게일을 꿈꿨던 그는 이제 또다른 직업을 찾아 병원을 떠났다. 태움악습에서 벗어나 본연의 업무를 볼 수있도록 간호인들을 위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