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으로 써 나가야 할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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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현재진행형으로 써 나가야 할 5·18
양가람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1. 05.16(일) 14:03
  • 양가람 기자
"군인의 의무는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제가 만약 80년 광주에 내려간 계엄군으로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받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제 신념대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게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고3 학생의 말이다. 장교를 꿈꾼다는 그 학생은 5·18 계기수업 때 본 영화 '화려한 휴가'에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2007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2021년이 돼서야 보게된 2003년생들은 "저게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같은 반응들을 보였다.

미래 세대에게 5·18은 교과서에 과거형으로 기술된 사건이다. 광주·전남 학생들은 매년 5월이면 5·18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타 지역 학생들보다 많은 정보와 경험담을 듣는 편이지만, 그들에게 5·18은 '기억해야 할 먼 옛날의 일'이다. 교사들 역시 5·18을 겪지 않은 비체험 세대로 채워지고 있다. 5·18을 현재진행형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10일 광주지법에서 전두환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그는 회고록에서 80년 5월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고 조비오 신부를 향해 '거짓말쟁이'라 모욕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그는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두환이 오월 광주에서 받는 첫 재판인 만큼 광주 시민들의 분노도 컸다.

"법리상 항소심에 피고인 출석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

전두환측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365조를 불출석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형소법 제365조는 '피고인이 2회 연속 불출석 시 피고인 없이 판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변호인은 해당 조항을 전두환의 편의를 위해 '견강부회(牽强附會)' 식으로 해석한 셈이다.

오는 24일 다음 공판기일에도 전두환의 모습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법 조항을 들이밀며 당당하게 방어권 행사도 포기하겠다는 전두환 측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사실 전두환을 사자명예훼손죄로만 법정에 세우는 일부터 아쉬움이 크다. 형법 제308조에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됐다.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그의 죄에 비하면 티끌만큼이나 가벼운 벌이다.

그날로부터 4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5·18 진상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으며 유의미한 증언들도 다수 확보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두환은 알츠하이머를 핑계로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에도 불출석한다. 그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는 날은 언제쯤 올까? 군인의 명예를 이야기하던 학생에게, 과거형으로 서술된 5·18을 배운 미래 세대들에게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선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