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당명떼고 정책배틀'-라운드 ⑦-②> 양향자가 본 포털사이트 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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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떼고 정책배틀
정치칼럼 '당명떼고 정책배틀'-라운드 ⑦-②> 양향자가 본 포털사이트 뉴스 제공
포털은 이익 우선하는 기업… 자극적·편향적 기사 매몰 위험||뉴스 시장 지속과 소비자 보호 위해 알고리즘 공개 등 불가피
  • 입력 : 2021. 05.13(목) 18:35
  • 편집에디터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포털사이트의 뉴스 배치를 두고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 지면과 방송에 한정됐던 언론의 기능을 현재는 사실상 포털사이트가 상당 부분 수행하게 되면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배치 권한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이에 굴복한 언론사도 낚시성이나 흥미 위주의 뉴스 양산에 매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스 서비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특정 정파 유불리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포털 기사 배치 알고리즘의 투명성 강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포털사이트 뉴스 제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국회의원의 시각은 어떨까. 그가 파악한 문제점과 개선책을 들어봤다.

◆ 양향자의 문제 분석

이슈의 생성부터 소멸에 이르기까지 뉴스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세상을 보고, 듣고, 알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뉴스는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소비되는 상품이다. 독자는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기사를 한 번의 클릭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있다.

과거 주류 매체였던 방송과 지면에 의한 수직적 소비 구조에서 탈피한 지 오래다. 인터넷과 포털로 인해 독자는 기사를 직접 고를 수 있게 됐다. 조간 신문과 저녁 뉴스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와 관계없이 뉴스를 소비할 수 있다. 뉴스 소비 구조가 수평적으로 변했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는 착각이다. 방송과 지면의 뉴스 편집권이 24시간 가동되는 포털로 이관됐을 뿐이다.

여전히 뉴스는 방송과 지면 매체에 의해 주로 생산된다. 그들은 보유한 채널과 신문에서만큼은 편집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하지만 이들의 편집권은 인터넷 포털에 미치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지금, 특정 시간대와 특정 공간에 뉴스를 노출할 권한은 포털에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포털은 언론이 아닌 기업이라는 점이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언론은 권력의 남용을 감시, 비판하고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는 공적인 역할을 한다. 그만큼 언론의 신뢰성이 추락하면 다른 어떤 분야의 타락보다 심각한 사회불안을 초래한다. 언론이 다른 어떤 조직이나 단체보다도 엄격하게 윤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적 조직이지만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 영리 추구를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이다. 포털에 언론 윤리를 강요할 방법도 없고,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 포털에 있어 뉴스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수단이기 이전에 조회 수가 높을수록 이익이 되는 상품이다. 소비가 잘 되는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기사를 선택해 배치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을 비난할 수는 없다.

◆ 양향자의 해법

윤리적 차원이 아닌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성공은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초래할 수 있는 실패 요인들을 제거하며 진화해왔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배치도 마찬가지다. 뉴스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 다만 뉴스를 배치하는 포털의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는 있다. 뉴스가 소비되는 시장의 영속성을 지키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까지 지나치다고 한다면, 이는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막겠다는 소리다.

알고리즘 공개가 중요한 것은 뉴스 소비 행태의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뉴스 수용자의 특성으로 '편향적 뉴스 이용'을 꼽았다. 한국의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이는 40개국 평균 28%에 비해 16%P나 높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로 매우 낮았다. 뉴스가 얼마나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 포털을 이용한 정보 수집이 활발해지는 오늘날, 이런 포스트 트루스는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포털의 알고리즘 공개는 언론의 '탈진실'을 촉진하는 뉴스 소비 구조의 폐해를 막을 최소한의 견제 장치다. 대중은 진실보다 자기 생각이나 이해에 부합한 왜곡 보도를 선호한다. 그에 맞춰 언론도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한다. 진영 논리와 이해타산을 염두에 둔 맞춤식 기사를 작성하는 상황에서 포털의 뉴스 배치 알고리즘까지 편향성을 갖는다면, 언론은 더는 전문적으로 사실에 입각한 글을 작성할 수 없다. 언론이 가십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황색언론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알고리즘의 투명성 강화는 불가피하다.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다."

조지 오웰의 가르침처럼, 알고리즘의 투명성 강화야말로 진실은 퇴색하고 거짓만이 판치는 탈진실의 시대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ㄷㅇㅇ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