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전남은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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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전남은 감감무소식
학생인권조례, 어디까지 왔나||도교육감, 조례 제정 공약 발표||첫 실태조사로 조례 필요성 절감||추경·공청회 등 남은 절차 산적
  • 입력 : 2021. 05.03(월) 16:07
  • 양가람 기자
전남도교육청 전경
전남도교육청이 장석웅 교육감 취임 전부터 추진해 온 '전남학생인권조례'가 수 년째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광주가 학생인권조례 제정 10주년을 맞는 등 인권도시로 착실히 자리를 굳히는 것과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 쪽은 완성이 돼 가는데 한 쪽은 이제 겨우 실태 파악하는 정도여서 '학생인권에 대한 시와 도의 온도차'라는 비아냥도 일고 있다.

● 현 교육감 체제서 논의만 수 년째

전남이 학생인권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되레 오래 전부터 학생인권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논의해 왔다.

지난 2010년 장만채 전 도교육감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 학부모의 교육권 등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한 '교육공동체인권조례'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차례 제정 시도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례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장석웅 현 도교육감 역시 취임 전부터 '전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장 교육감의 공약 추진현황을 보면, '학생자치활동 확대 및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율은 78%, 전체 투자계획 대비 예산 집행률은 46.7%다.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30일까지 조례가 제정되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지난 2018년 발족된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위원회'는 학생과 학부모, 각 시민교육단체 등으로 구성돼 조례제정에 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 조항이 기독교 등 보수단체를 대표한 위원들 중심으로 논란이 일면서 제정에 발목잡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추진위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 2019년 12월 열린 '제10차 TF협의'였다.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남 학생인권 실태조사'가 전부다. 올해 초 예정된 공청회의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도교육청은 추경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6월 말께 추경이 확정되는 대로 7월과 8월 경 공청회를 진행해 조례안 초안을 작성할 계획이다.

● 뒤늦게 학생인권 실태조사 진행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은 탓에 전남은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 목적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전자기기의 사용 등 내용을 학칙으로 제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인권침해 호소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문제 의식 속 전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2020 전남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남 초·중·고 128교 학생 1800여 명, 학부모 850여 명, 교사 300여 명 등 총 3000여 명이 참여해 학생인권, 인권일반, 코로나19 상황 학생인권 등 3가지 영역 총 51개 문항에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인권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초등학생의 77.6%, 중학생의 76.8%, 고등학생의 74.7%가 학생인권교육을 이수했는데, 모든 학교 급에서 학생 인권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교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정도가 높았다.

이병삼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은 "이번 조사는 전남 최초의 학생인권 실태조사로, 중장기적인 학생인권정책을 세우기 위한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며 "연구내용을 분석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교육주체들 인권 의식 제고 목표"

이번에 실시한 전남 학생인권실태조사는 학생인권조례가 더욱 절실하다는 현실을 말해준다.

'학생인권 증진을 위한 과제'에 대한 질문에 상당수 고등학생과 보호자, 교사들은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 답했다.

해당 연구 자문위원들은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교육청 관계자와 학생, 보호자, 교사를 포함한 학교구성원의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증진 규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선 학생인권 정책 추진에 교육청의 부서 간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인권 실태조사가 주기적·지속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례에 실태조사의 시기, 내용, 범위 등을 담아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실시된 조사는 전남 지역 학생들의 인권 실태를 들여다 본 첫 사례다. 전남도교육청은 매년 학교민주주의 지수를 측정하거나 학교자치조례를 제정하는 등 교내 민주주의 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전남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절차가 많아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육중혜 전남도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인권보호팀 변호사는 "학생인권조례 제정까지 절차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일단 인권조례 제정 이전에 학생인권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실시했고,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 거쳐야 조례가 제정된다. 타 시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논란의 여지가 있어 조례 제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