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그들의 권리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취재수첩
당연한 그들의 권리
김해나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1. 04.25(일) 14:04
  • 김해나 기자
김해나 사회부 기자
불혹(不惑).

나이 40세를 나타내는 말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됐음을 뜻한다.

지난 20일은 제40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해당 법정기념일을 맞아 광주 지역 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가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며 장애인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UN이 정하고 세계 시민이 바란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은 신기루처럼 멀리 떨어진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몇 가지 주장 중 가장 강조된 것은 '장애인 이동권'이다. 매년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등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지만, 요구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10년 째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한 장애인은 10년 째 제자리걸음인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탄식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 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도입률은 현저하게 낮다.

지난해까지 광주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1.6%다. 작년 역시 비슷한 내용의 요구로 기자회견을 한 후 겨우 4.4%가 늘어 현재 26% 수준이다.

현재 광주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저상버스 도입 대수만이라도 약속한 만큼 이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장애인이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가는 '당연한 일'은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부탁'이 됐다.

장차연의 사람들은 크나큰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저상버스가 광주시 전 노선에 도입되고, 많은 교통약자들이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광주 전역을 돌아다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 등이 이뤄지는 날까지 싸울 예정이다.

그들이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아닐까.

불혹을 맞은 장애인의 날, 매년 반복되고 있는 '도돌이표'를 '마침표'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