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조 전락' 까치 퇴치가 어려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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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흉조 전락' 까치 퇴치가 어려운 까닭은
조진용 전남취재부 기자
  • 입력 : 2021. 04.18(일) 14:42
  • 조진용 기자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길조 '까치'가 이젠 흉조로 전락했다. 도심 속 전봇대 위에 둥지를 틀어 정전피해를 입히고 있고 논밭 농작물을 쪼아먹거나 가축을 습격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어서다.

축사에 날아들어 소를 쪼는 등 습격하기도 한다. 강원도 횡성 한 축사에서는 소 등에 앉은 까치가 둥지를 만들기 위한 털을 뽑아가는 일도 벌어졌다. 피해사례가 증가하자 정부는 지난 2005년 2월 까치를 유해조류로 지정 했으며 급기야 수렵까지도 허가했다. 하지만 포획 및 수렵이 쉽지만은 않았다. 까치 지능이 3~5세 아이 수준으로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람을 기억해 피할 정도로 똑똑하기 때문이다.

도심지역 수렵은 중단 상태다. 유동인구가 많아 자칫 인명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까치집 철거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2월 한전 강진지사가 까치퇴치기를 도입해 성과를 거뒀다. 차량에 실어 이동이 편한 'M자형 포획틀' 2대를 도입한 것. 1대 당 평균 50마리를 포획할 수있는 기구로 지난 1년여 간 강진지사는 수 백마리의 까치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순조로울 것 같았던 필자의 M자형 포획틀 관련 취재가 쉽지만은 않았다. 한전측에서 포획틀 운영 지역과 갯수를 알려줄 수 없다고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지역과 갯수를 말할 수없는 데는 종교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국가기밀사항도 아닌데 알려줄 수 없다니? 까치와 종교는 또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 차근차근 다시 물어봤더니 그들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한전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에 순간 당황했다.

"어느 지역이라고 밝힐 수는 없어요. 논밭과 과수원 등에 M자형 포획틀을 비치해 놨더니 까치가 한마리도 잡히지 않은 거예요. 가까이 가서보니 포획틀 문이 활짝 열려 젖혀져 있더라구요"

그는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개방한 것으로 직감했다. 알고보니 그곳 사찰 근처에 거주하는 보살(신도)들이 M자형 포획틀 문을 열어 버렸다고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5가지 계율 중 '불살생(산 목숨을 죽이거나 괴롭히지 않는다)'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벌어진 일이었다. 포획틀에 갖힌 까치를 보자 문득 측은지심이 생겨 문을 열어놔 버렸던가 보다.

종교적 신념을 따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곡식과 과실 등 농수축산물에 피해를 입히는 까치를 잡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가 허가한 유해종으로 한 해 피해액만도 수 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유해조류 퇴치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