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전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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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월경 전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김승전 금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입력 : 2021. 04.13(화) 14:33
  • 곽지혜 기자
우리나라에서 임신이 가능한 연령(15~49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월경전증후군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3명 중 1명꼴인 34%에서 '월경전증후군'을 겪는다고 나타났다.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한 가지 이상의 정서 증상과 신체 증상이 월경 시작 전 5일 동안 나타나다가 월경이 시작한 후 4일 이내에 사라지고, 이러한 현상이 5회의 월경 주기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돼 직업·사회·학업적 영역에서의 기능 손상을 일으킬 때 월경전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다.

월경 전에 화를 참지 못하고, 불안과 우울, 예민함이 나타나며 평소에 늘 하던 일도 버겁게 느껴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하는 모습 등이 월경전증후군에서의 정서 증상이다.

한편 속이 더부룩하고, 유방 통증, 피로, 두통, 요통, 관절통 혹은 근육통, 손발의 붓기, 체중 증가 등의 신체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필자가 외래진료를 볼 때 여성 내담자에게는 월경전증후군의 어려움이 있는지를 항상 확인한다.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월경전증후군은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으로 내원하는 여성 내담자의 삶의 질을 주기적으로 현저히 떨어뜨리며,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는 특별히 더 심각한 형태의 월경전 증후군을 '월경전불쾌감장애'로 정의하고 있다. 월경전불쾌감장애는 우울장애 범주로 분류되며 아주 심한 감정의 기복과 분노 표출,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심각한 우울과 자기 비난, 절망감, 불안과 과도한 긴장감 등이 특징이다.

즉 월경전증후군에서 정서 증상이 매우 심한 경우 이를 넓은 범위의 우울장애로 간주하고 약물치료를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의 대상으로 본다.

월경전증후군으로 인한 고통이 일상에서 반복된다면 우선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한편, 스트레스를 줄이기 명상이나 이완 운동,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영양 섭취의 조정도 필요한데 단 음식과 카페인, 짜고 자극적인 음식,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이 풍부한 저지방 육류나 과일, 야채, 우유, 섬유소가 많은 음식, 칼슘과 비타민 D가 많이 포함된 음식들을 더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B6와 비타민E가 포함된 종합비타민제나 칼슘보충제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요즘은 약한 이뇨제가 포함된 복합진통소염제도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한데 몸이 붓는 증상이나 복부팽만감이 심한 월경전증후군 환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월경전증후군의 증상이 심하거나 월경전불쾌감장애가 진단될 정도로 우울, 예민함이 심하다면 피임약, 항우울제를 포함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월경 기간을 줄이거나 월경 주기 사이의 기간을 늘리는 경구피임약물이나 주사제제, 피임패치, 피하이식제 등이 월경전증후군의 신체적, 정서적 증상을 줄이지만 사용 전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료와 신체검진이 필수적이다. 또 이미 증상이 시작된 후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는 증상 시작 전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더 효과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월경전증후군은 '그날' 전에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고통으로 생각하고 참는 경우가 흔하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에도 신체 증상과 정서 증상으로 인한 곤란이 심하다면 산부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