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봄은 아직 저만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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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호남의 봄은 아직 저만치 있다
한국정치지형은 ±1.5% 보수진영 우위 공정의 상처, 진보권력화로 위기 불러 진보진영 절박함||가난한 도덕이 무기 민주당 혁신여부 내년 대선 결정짓는 핵심독립변수…윤석열 파괴력 의문 ||호남민 ‘광주 능멸’했던 보수 정권 다시 오나 조마…앞길 푸른데 어렴풋해
  • 입력 : 2021. 04.11(일) 10:59
  • 이건상 선임기자
이건상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여야는 오는 6월부터 대장정에 돌입한다. 재보선 패배와 승리가 다들 급하게 만들었다. 지금 대선의 상수는 이재명, 윤석열이다. 상수는 변수의 통제를 받는다. 상수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는 더불어민주당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일게다. 이낙연, 정세균 호남출신 총리들은 이재명과 길항 관계다.

이번 재보선은 정권심판, 지난 총선은 야당심판이었다. 선거는 심판이다. 내년 대선에서 야당 심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되레 진보, 민주당, 문재인정부를 평가할 공산이 크다. 보수 야당이 좋아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못해서, 밉고 실망스러워 보수를 찍는다. 차악선택론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판을 결정짓는 핵심 독립변수(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독립변수 김종인은 '80발광체'다. 판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경험과 경륜의 정책, 촌철살인의 소통력이 분명히 있다. 정치술사는 단순하고 쉽다. 진보 쪽 언어는 어렵다. 그는 다만, 윤석열과 결합할 때만 유효하다.

윤 전 총장 자체는 '그리 무섭지 않다'고 한다. 최근 언론에 소비된 3가지 동선이 근거다. 그는 퇴임 직전 대구를 방문(보수)한데 이어 퇴임 후 101세 노철학자(과거형)를 만났다. 사전투표때는 90세 부친(효 유교적)과 동행했다. 정치인은 동선으로 말한다. 그는 보수-과거형-유교적 가치체계를 보여주었다. 전두환 같은 조직 보스형 인물이다. 여의도 일부 세평가들은 "그는 별의 순간이 아니라, 별 별 평가가 있으나, 별 상관없는 반사체"라고 내친다.

김종인 후광체가 되면 달라질 수 있다. 윤석열이라 쓰고 김종인이라 읽는 꼴이다. 검찰 보스 캐릭터가 공정 카리스마로, 과거형 유교이즘은 효, 애국주의로 치장된다. 공약은 어차피 김종인 표 일테다. 윤석열의 공정 애국 캐릭터만 유통된다. 또 얼마나 많은 날파리들이 윤석열 신화를 생산해 내겠는가.

핵심 독립변수 민주당은 어떤가. 패하니 철지난 반성 바람이다. 파괴적 혁신에 앞서 먼저 치우고 걷어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진보의 착각이다. 민주당은 대선(2017년) 이후 지방선거, 총선까지 압승했다. 그 때 진보가 주류라고 소리 질렀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심상정 후보(진보진영)의 합산 득표율은 47.25%였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보수진영)후보는 52.2%, 진영 득표에서 보수가 승리했다. 서울조차 48 대 51로 보수가 이겼다. 박근혜 탄핵과 촛불혁명 와중에서도 그랬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48.02% 대 박근혜 51.55%로 패했다. 16대 노무현 대 이회창은 불과 2.33%, 15대 김대중과 이회창은 겨우 1.5% 차였다.

한국의 정치 지형은 ±1.5% 보수 우위다. 진보의 연승은 착각, 승리는 착시다. 진보는 늘 절박해야 한다.

둘째, 공정의 상처와 진보의 권력화다. 위기는 이 정권도 특권과 반칙, 특혜가 작동한다는 배신감에서 왔다.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의 파편이지만, '모든 걸 다 가진 진보 아빠의 찬스'도 보고 말았다. 김의겸, 김상조, 박주민도 '찬스쟁이'다. 나쁜 사람 보다 착한 척 하는 인간이 더 미울 수 있다. 찬스는 위선이다.

박원순 시장에게 놀란 건 미투만이 아니다. 마라톤 후 땀 범벅된 남자속옷을 여자 공무원이 처리했다는 게 충격이었다. 평생 검소하고 낮은 곳을 찾았던 그도 서울시장 8년8개월에 '권력'이 됐다는 서글픈 확인이었다.

문재인 청와대에 취직하고, 그 경력으로 국회의원 나오고, 낙선하니 공기업 억대 연봉자가 된 이들은 대한민국 권력자이다. 권력은 취하고 탁하게 한다. 진보는 가난한 도덕이다.

셋째, MZ세대 몰이해다. 이들은 1981년~2005년생으로 1696만명(32%)이다. 학창시절 IMF사태, 금융위기, 세월호, 촛불혁명을 통과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취업마저 막혀버렸다. MZ세대는 불의한 권력을 지켜봤기에 공정 이슈에 예민하다. IMF, 코로나 경제위기를 보았기에 경제적 자유도 절실하다. 영끌, 동학개미는 탐욕이 아니다. 그들은 불편, 불이익, 불공정에 직설적이다. 민주당은 이들이 불공정을 제기할 때마다 보수화됐다고 내리쳤다. 청년에게 진보, 보수는 따로 없다.

지금 호남은 무겁다. 예견된 패배이나 속상하다. 잘 좀 하지, 잘해야 할텐데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이명박근혜 보수 정권 10년, 그 때가 다시 올까 두렵다고 한다. 호남 인재 씨가 마르고, 노래 한 곡으로 광주를 능멸했다.

앞길은 푸른데 어렴풋하다. 그래서 일까. 아직 호남의 봄은 저만치 있다.

이건상 선임기자 gs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