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설계와 결합된 아이디어 선보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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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정확한 설계와 결합된 아이디어 선보이고 싶어"
광주서 개인전 진행중인 리암길릭에게 들어본 작품이야기|| 1년 6개월만에 광주방문해 관람객에 직접 작품 설명||작품 각각에 '관계미학' 반영…현대인의 오만함 지적하기도
  • 입력 : 2021. 04.04(일) 16:45
  • 박상지 기자

리암길릭 작 'Delivered Horizon'. 뉴시스

"2년 전 광주방문부터 '완전히 융합된 일과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변화된 일상이 제가 고민해왔던 주제와 특히나 적절하게 여겨졌죠. 이번 전시에서는 바이러스로 촉발된 일과 삶의 융합, 그로인한 추상 그리고 미술관을 통한 작가와 관람자 간의 새로운 방식의 관계맺기를 경험할 수 있을것입니다."

세계적인 설치미술작가이자 관계미학의 선구자 리암길릭의 개인전이 광주에서 한창이다. 오는 6월2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리암길릭의 '워크 라이프 이펙트'전은 아시아권 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으로 지난 30년간 그가 발전시켜 온 주요 주제들이 한데 전시됐다.

지난 1일 1년 6개월여만에 광주를 다시 찾은 리암길릭을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만났다. 미술관 로비에서부터 북라운지, 제1전시실과 2전시실까지 그의 설명을 들으며 '일과 삶 간의 복잡 미묘한 긴장과 균형'에 대한 탐색에 동참했다.

로비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시에서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는 작품은 곡선형태의 컬러풀한 낮은 탁자와 의자이다. '중용의 툴박스&광주 스툴'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비공식적 모임, 공부 및 연구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됐지만 관람객은 쉽게 이 작품에 앉지 못한다. 이게 어떤 용도의 작품인지, 앉아도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리암 길릭이 작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이미 계산됐다.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관계맺기'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리암 길릭은 "내 작업은 다른 활동을 위한 배경"이라며 "내 작품은 사람들이 전시가 암시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틀과 같은 장치"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전시를 위해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램프를 사용한 작품인 '신경망에서 감지되는 행복에 대한 기대'를 마주하게 된다. 지난 30년간 리암길릭은 기존 건물에 서식하는 새로운 건축적 공간을 나타내기 위해 이 램프를 사용해왔다. '건축 안의 건축과 건축 없는 건축'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어 기존의 가벽이 모두 제거된 전시실에 두 개의 커다란 건축적 공간을 만나게 된다. 쇼윈도를 연상하지만 유리가 없어서 관람객들은 쉽게 쇼윈도 안으로 을어갈 수 있다. 쇼윈도 안에는 리암길릭의 대표작 'Horizon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건축, 산업 및 소통의 세계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명백히 동시대적인 요소들을 슬며시 가리키고 있다.

리암 길릭은 "내가 원하는 것은 건축과의 대화와 긴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나는 내 작품과 그 주변 공간 간에 소통의 통로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어두운 전시실에서 시종 관람객의 눈을 사로 잡는 작품은 전시장 벽면에서 빛을 발산하는 커다란 수학공식들일 것이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에서 발표한 '행복을 계산하는 공식'을 작품화 한 것이다. 마치 도시의 야경과 같은 모습으로 관람객을 향해 빛을 발한다. 언어적 경계의 제약없이 어디서나 이해될 수 있는 일종의 국제 언어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공식들의 복잡함과 어려움은 행복, 사랑 혹은 불만과 같은 감정들을 수량화 하려는 시도에 함축돼 있는 인간의 오만함을 시사한다.

2전시실에는 디지털 피아노와 스노우머신으로 구성된 작품인 '눈 속의 공장'이 놓여있다. 피아노에서는 군사정부에 대항하는 1974년 포르투갈혁명의 시작을 알렸던 민중가요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Grandola Vila Morena)'가 자동연주 된다.

리암길릭의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관객과의 관계맺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관계미학의 선구자로서 그의 오랜 목표는 그의 아이디어와 작업이 반영된 도면들에 근거해 미술관, 갤러리 또는 장소의 디지털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한다.

리암길릭은 "아이디어에 대한 정확한 설계와 결합된 잠재의식을 시각화 하는 것이 내 작업의 목표"라며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과정이지만 세상에 실재하는 것들의 실제 측정수치를 사용해 '이미지로 꾸는 꿈'과 '정밀한 구상'이 결합된 작품을 완성해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리암길릭. 뉴시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