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이 그리운 이에게 건네는 소박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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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이 그리운 이에게 건네는 소박한 위로
  • 입력 : 2021. 04.01(목) 14:47
  • 박상지 기자
막내의 뜰

강맑실 | 사계절 | 1만6000원

'막내의 뜰'은 출판인 강맑실이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동화 형식으로 풀어낸 에세이다. 그는 "누가 머리 위에다 한 짓이 뭔지 알고 싶어 하는 작은 두더지로부터"라는 다소 길고 어려운 제목의 독일 그림책을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제목으로 바꿔, 한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자리 잡게 한 편집자 출신의 출판인이다. 편집자이자 출판사 대표로 살면서 다양한 독자층을 위한 책을 끊임없이 만들었지만, 본인의 책을 쓴 것은 처음이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게 신기해, 어릴 적 살았던 집의 평면도를 그리고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유년은 모두에게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 그리운 시절을 담백한 문장과 수채화로 표현해 '막내의 뜰'로 엮었다.

저자는 일곱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학교 선생님인 아버지와 어머니, 여섯 명의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6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는 그 시절의 '막내'가 되어 아이의 눈으로 본 풍경을 편안한 어조로 써 내려갔다. 막내가 태어날 때부터 커가며 살았던 일곱 채의 집 구조와 추억을 되살리는 데는 언니오빠들의 도움도 컸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일곱 채 집의 평면도를 직접 그렸다. 이외에도 막내의 기억 속에 있는 마당, 골목, 함께 놀던 동물들, 자연의 풍경 등을 그림으로 그려, 글 읽는 맛을 더했다. 같은 시대에 유년 시절을 보내지 않은 독자들도 글과 그림을 함께 봄으로써 막내의 눈에 담겼던 평화롭고 따뜻한, 가끔은 아찔하기도 했던 그 시절의 풍경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명의 언니오빠가 있는 대가족에서 태어나 귀염 받는 막내로 자랐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형제들 속에서 일찍이 다양한 관계를 배워야만 했다. 막내의 '뜰'은 가족으로부터 받았던 사랑뿐만 아니라, 그 시절 느꼈던 외로움, 낯선 기분, 슬픔이 모두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장소이자 한 사람의 유년 시절을, 한 가족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이다. 그래서 막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은 있다. 하지만 그 유년 시절이 모두 같을 리 없다. 어떤 유년은 찬란하기도, 어떤 유년은 쓸쓸하기도 했을 것이다. '막내의 뜰'을 읽으며 모든 독자가 자신만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고, 위로 받고, 손을 맞잡게 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