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27-3> "난민협약 가입한 국가 맞나"… 난민인정률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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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7-3> "난민협약 가입한 국가 맞나"… 난민인정률 최저
■제주 예멘난민 사태 그 후…||10명 중 5명 난민수용에 부정적||난민재신청 절차 강화 개정안에||“인권에 남용사례 들어서 안 돼”
  • 입력 : 2021. 03.28(일) 17:58
  • 도선인 기자
지난 2018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인도적 체류 허가를 통보받은 예멘인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단 0.4%. 지난해 국내 난민 인정률이다.

2020년 유럽국가의 평균 난민 인정률 32%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세금이 아까워서', '외국인들의 범죄 가능성', '가짜난민이라서' 이들을 들이면 안 된다고 말하는 당신의 이유는 정당한가.

지난 2018년 종파 갈등을 피해 500여명의 예멘인들이 제주도를 찾았다. '예멘'이라는 생소한 나라에서 온 이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곧 '혐오'로 번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에 '난민 신청 허가 폐지' 청원이 올라와 당시 70만명의 동의를 얻은 단편의 장면만 보더라도 타인종에 대한 한국사회의 폐쇄성이 수면위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예멘인들을 둘러싼 폐쇄적인 감정은 행정에서도 드러났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2018년 제주도에 들어온 500명이 넘는 예멘인 중 484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난민 신청 시 심사기간 동안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에 법무부는 예멘인들이 제주도에서 육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출도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어 무사증 입국 불허조치를 내리면서 추가적인 예멘 난민의 입국을 중단시켰다. 같은 해에만 출입국 항에서 난민 신청을 막거나 허위 서류 작성 시 처벌 강화 등 난민법 개정안이 무려 5건 발의 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484명 중 난민 지위가 인정된 예멘인은 2명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주 예멘난민 사태'를 두고 "일부 보도에서 '이슬람 난민 점령', '난민 쇼크' 등의 자극적인 언어가 사용됐고 가짜뉴스가 퍼지는 행태도 심각했다"며 "이로 인해 예멘인들이 '제한되어야만 하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으나, 실질적인 지원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사회보장과 관련된 법령이나 지침에 따른 '외국인에 대한 제한규정'이 난민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있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제주 예멘난민 사태 이후, 타인종에 대한 한국사회의 폐쇄적인 인식과 행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엔난민기구가 지난 1월 발표한 '제주 예멘난민 사태 이후 인식변화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남녀 10명 중 5명은 난민수용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유에는 '정부와 자국민의 부담 확대'가 64%로 가장 많았으며 '범죄 등 사회문제 야기'가 57%로 그 뒤를 따랐다.

국내 난민인정률을 살펴보면,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2013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다. 난민인권센터가 발표한 '국내 난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6684건의 난민 신청 중 52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0.4%의 난민 인정률이다.

이 가운데, 법무부는 지난 1월 난민 재신청 절차가 체류 연장이나 경제적 목적으로 남용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했다.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재신청할 경우 14일 내 '난민인정 심사 부적격 결정'을 내려 난민 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즉 난민 재신청을 엄격히 제한하고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공익변호사는 "난민 신청을 하면 인정될 때까지 심사 과정이 오래 걸린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에서 체류자격이 있어야 하는데, 난민법이 개정안은 체류기간 동안 정식 비자를 주지 않고 출국기한만 늘려 쫓아내지만 않는 선에서만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난민 인정까지 1년 넘게 걸리는 때도 있는데, 출국기한만 유예하겠다는 것은 한국에서 경제적 행위, 의료 행위 등 최소한의 영역을 누릴 수 없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의 문제는 효율성의 문제나 행정력 낭비의 문제를 따져서 안 되는 영역이다. 당장 생존이 걸려있는 난민을 대상으로 효율성을 저울질하는 난민법 개정안은 한국이 가입한 난민협약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