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확충'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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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공공의료 확충' 왜 필요한가
공정화 광주·전남소비자시민모임 대표
  • 입력 : 2021. 03.02(화) 12:38
  • 곽지혜 기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같은 재난적 상황이 길게 지속되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 국민 코로나19 경험·인식조사'(2020.6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서비스를 공적자원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67.4%로 코로나 이전보다 45.2% 급증한 결과를 보였다. 이를 통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감하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병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공공의료 비중은 전체 의료기관 대비 5.5%, 공공병상 비율은 9.6%에 불과하며, OECD 국가 평균의 10분의 1 수준이다. 6년 전 메르스 유행을 겪으면서 이미 공공의료의 취약함이 지적된 바 있지만 2015년 기준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 비율이 5.5%, 공공병원 병상 비율이 9.2% 수준인 점을 볼 때 현재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성과 없는 6년이 돼버렸다. 민간 병상을 합치면 인구 대비 전체 병상은 많은 수준이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민간병원은 기본적으로 감염병 유증상자의 수용을 꺼릴 수밖에 없고, 공공병상의 부족은 충분한 격리와 치료를 보장하기 힘들게 만든다.

또한 민간주도의 의료공급은 대도시로 의료기관이 집중되고 상급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가중시켜 의료전달체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의료공급 불균형은 지역 간 건강 형평성의 격차를 만들어냈고, 지역에 따라 회피 가능한 사망률이 1.3배 이상 차이가 나는 현상을 낳았다. 생명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은 응급·외상·분만 등 필수의료서비스의 공급부족으로 인한 사망률에도 격차가 발생됐으며, 뇌혈관질환 치료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공공의료 중심의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고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재정립하여 양질의 공공병원 확충에 어느 때보다 만전을 기해야할 때이다.

우선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의 균형 있는 분포로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고, 의원, 보건소, 의료원, 대학병원 간에 불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중첩, 중복되지 않도록 효율성 높은 수직적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평소에는 일반적인 진료를 제공하지만 국가적 재난·재해·응급 상황 발생 시에는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전염병 및 재난대비 의료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공병원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시험대 역할을 수행하게 만들어 지역 의료산업 발전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양질의 적정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표준 진료에 따른 원가를 재계산하여 적정수가를 책정하는 모델병원 역할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공공병원 확충을 가로막는 걸림돌 중의 하나인 예비타당성 평가는 비용대비 이익이 더 커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공공병원의 확충은 다른 사회간접자본투자에 비해 소요비용이 적으면서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사회적 편익이 크기에 공공적 기능과 역할 측면에서 학교나 공공청사처럼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면제되어야 한다.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공병원을 신설하고, 소규모 지방의료원이 지역거점의료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증축과 현대화 등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공공병원의 양적확충과 질적 개선으로 공공의료가 지역 간 의료격차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