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좀 들지만 공부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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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돈은 좀 들지만 공부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광주 광산구 스터디카페 가보니||대학 도서관 코로나로 출입 제한 ↑||정기권 끊고 스터티카페서 상주해||“코로나 속 취업하기 너무 힘들어”||광주지역 청년 실업 평균보다 낮아
  • 입력 : 2021. 02.23(화) 17:17
  • 김해나 기자

지난 22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코로나가 사람을 서서히 말려 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올해는 꼭 취업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사회가 위축되며 취업자 수는 급감했다.

특히 지난 2020년은 누구나 다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구직이 힘든 해였다. 올해도 아직까진 전망이 밝지는 않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64세 고용률은 64.3%로 전년 같은 달보다 2.4%p,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1.1%로 2.9%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역시 2581만 8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98만 2000명 감소한 수치다.

그럼에도 취업 준비생들은 "어쩌겠느냐"며 "'젖 먹던 힘'까지 짜내 공부해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부 환경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구직자들이 주로 모여 있던 대학 도서관의 경우 평일 개관을 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거나 주말에 휴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구직자들의 발길이 스터디카페로 몰리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이곳만 기묘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7시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스터디 카페. 몸집만큼 크고 두꺼운 가방을 멘 학생들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들어왔다.

이들은 출입 명부를 작성하고 바코드 리더기에 정기 이용 바코드를 읽힌 후 손 소독제를 바르며 입장했다. 처음 방문한 이들 역시 능숙하게 무인 정보 단말기에서 시간 이용권을 결제하고 들어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띄어져 있는 좌석마다 각자 시험과 관련한 책이 올려지고 저마다 독서대나 담요 등을 가져와 자리에 앉았다.

마스크를 고쳐 쓰며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거나 두툼한 책을 이리저리 살피며 필기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32) 씨는 "원래 대학교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었는데,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이 금지됐다"며 "갈 곳을 잃어 돈은 좀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스터디카페 정기권을 끊었다. 올해 꼭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 스터디카페는 원래 소규모 모임을 할 수 있는 스터디룸이 마련돼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잠시 폐쇄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스터디룸이 닫자 소규모 스터디 모임을 하기 위해 휴게실에 모인 취업 준비생들은 서로 면접관이 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었다.

중등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모(27) 씨는 "당장 1년도 남지 않은 시험에 코로나라는 변수까지 겹쳐서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공부에 집중이 안 되거나 졸릴 때마다 임용고시 준비생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면접 준비를 하며 긴장을 풀고 졸음을 쫓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터디 모임뿐만 아니라 학교 도서관이나 독서실보다 자유로운 스터디카페에 긍정적인 마음을 내비치는 취업 준비생도 많았다.

건설직 공무원을 준비 중인 정모(28) 씨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조급하다. 스터디 카페 이용 금액도 부담이 크다"면서도 "스터디 카페는 공부하기 위한 환경도 잘 조성돼 있고 이용하기도 편리해 다니고 있다. 독서실처럼 너무 조용한 공간에서는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많다. 독서실보다 더 자유롭고 카페보다는 조용한 스터디 카페에서 '백색소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업체 취업을 위해 검색광고마케터 시험을 준비 중인 정모(26) 씨는 "시험이 분기 별로 있는 편이라 공무원 시험보다는 부담이 덜하지만, 아르바이트하며 스터디 카페 비용까지 내니 부담이 된다"며 "그래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있다. 얼른 합격하고 취업을 해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한편 통계청의 '연령별 경제활동상태'에 따르면 2020년 청년층(15세~29세) 인구는 893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경제활동인구는 4196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6.9%로 나타났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