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찬하郡, 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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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솔찬하郡, 신안
퍼플섬, 순례길, 동백파마 등 빛바랜 섬에서 일약 예술섬으로 각광받아 ||4無-4有 브랜드 전략 뮤지엄, 꽃, 컬러, 축제 어우러져 ||대표음식, 지역경관,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아직 숙제로 지역 활성화 모델 기대 커
  • 입력 : 2021. 02.07(일) 15:39
  • 이건상 선임기자

이건상 총괄본부장

 코로나가 무색하다. 오늘도 암태도 기동 삼거리에는 차들이 즐비 할 테다. 퍼플섬, 애기동백, 12사도 순례길, 동백파마 벽화는 어느새 대한민국 지역브랜드가 됐다.

 몇 해 전만 해도 그저 그랬다. 김, 소금을 팔던 고립의 섬, 관광이래야 홍도, 흑산도가 전부였다. 섬 잇기마저 더뎌 발길도 무거웠다. 되레 염전노예와 성폭행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렀으니, 가기는 멀고, 가서는 볼게 없었다. 그러는 사이 떠났다. 2000년 5만3164명에서 10년 만에 4만5836명이 됐다. 7300여명, 큰 섬이 사라졌다. 노인과 고양이만 남았다. 김대중, 이세돌, 김환기, 서태석의 땅, 신안은 그렇게 사그라졌다.

 뉴스를 탔다. 섬들이 이어지고, 볼 것이 생기고, 사람이 온단다. 퍼플섬 라면집 할머니는 "설, 추석에나 사람 구경하는데, 요새는 날마다 사람들이 오니 좋네"라고 했다. 기폭제는 천사대교 개통(2019.4)과 그에 맞춘 히든 콘텐츠였다. 압해-자은-암태-팔금-안좌도는 섬 아닌 섬으로 하나가 됐다. 안좌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표지판을 볼 수 있다. 그곳 태생 김환기 화백 대표작들을 돌에 새겼다. 언제 이곳에, 이런 것들이 있었지라며 갸웃한다.

 

 신안군 지역활성화 정책은 독특하다. 1000+4섬답게 '4無-4有전략'이랄까.

 4無, 특정지역 핀셋 개발, 메가이벤트, 신축 건물은 거의 없다. 뮤지엄 무료 관람도 당연히 없다. 신안군은 서울시 면적의 22배, 2읍12개면 전역을 타깃으로 삼는다. 국제박람회나 메가스포츠에 기댄 것도 아니다. 새로 짓기 보다는 폐교를 재활용했다. 공들인 미술관, 꽃 공원은 유료를 채택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후기다.

 4有, 뮤지엄-꽃-컬러-축제다. 1섬1뮤지엄 아트 프로젝트, 14개 읍면에 1400억 원을 투입, 24개의 박물관, 미술관을 세운다. 저녁노을미술관 등 8곳이 완공됐다. 자은면 인피니또 뮤지엄(무한 미술관), 신의면 동아시아인권평화미술관은 벌써부터 설렌다. 인피니또에 삼성 리움미술관을 설계한 마리오 보타가 참여한다. 평화미술관은 하의3도 농민항쟁-암태도 소작쟁의-김대중의 질긴 맥을, 이 섬 출신 민중미술가 홍성담에 담아낼 계획이다.

 4계절 꽃 섬이다. 도초 수국, 임자 튤립, 팔금 유채, 병풍 맨드라미, 홍도 원추리…. 섬에 자생하는 꽃으로 공원을 연다. 일본 후라노 라벤더파크를 더 이상 질투하지 않겠다.

 컬러 장소마케팅이다. 큰 섬에는 뮤지엄을, 작은 섬마을에는 장소 특정적 컬러를 입힌다. 수선화 마을 선도에는 노란색, 맨드라미 병풍도는 자주색 지붕을 얹는다. 보랏빛 퍼플섬 박지도는 '4有-컬러 장소마케팅' 산물이다.

 연중 축제다. 굴(1월), 깡다리(6월), 민어(7월), 홍어, 왕새우, 뻘낙지(10월), 새우젓축제(11월)에 사이사이 꽃 이벤트가 터진다. 주민들의 직접 소득을 겨냥했다.

 다만, 지금 신안은, 눈은 행복한데 손이 가볍다. 살만한 기념품, 시그니처 푸드가 안 보인다. 20~30대 여성들이 천일염에 섬초 한 박스 살리는 만무하잖은가

 코로나19는 여행문법을 바꾸고 있다. 뷰(view 경관), 여성, 2~3명, 음식, 걷기, 인문공간 등 새로운 프레임이다,

 일본도 고도성장 거품이 빠지면서 달라졌다. 남성 단체에서 여성 개인으로,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발길이 옮겼다. 온천도시 벳부가 가고, 바로 옆 예쁜 유후인이 떴다. 영화 러브레터의 오타루, 꽃의 나라 후라노, 미술관의 도시 하코네, 청바지 동네 고지마가 그렇다.

 급한 게 대표음식과 경관 컨트롤이다. 아구찜, 민어회, 그건 어디에나 있다. 신안 아낙의 거친 갯가 백반이면 어떠랴. 12사도 건축물은 격이 다르나, 전봇대, 해양 쓰레기가 널브러진 순례 길에서 절망하고 말았다. 경관, 걷기, 인문, 힐링은 다르지 않은 연관검색어다.

 숙제는 또 있다. 쿠사마 야요이 작 '붉은 호박'을 보면, 일본 나오시마가 떠오르고, 정말 한번 가고 싶다는 이미지가 생성된다. 허나 증도, 퍼플섬은 알아도 정작 '신안'을 모른다. 14개 섬 장소 특정적 콘텐츠와 신안이라는 지역브랜드가 일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서둘러야 한다.

 지방자치 30년이다. 일본 자치의 상징 오이타, 유후인, 나오시마를 뛰어넘은 지자체가 있어야 한다.

 1004 예술섬 신안, 어떤가.

이건상 총괄본부장

이건상 선임기자 gs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