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의 '인사이트'>어크로스 더 메타버스 (Across the Meta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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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의 ‘인사이트’
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의 '인사이트'>어크로스 더 메타버스 (Across the Metaverse)  
김홍탁 CCO
  • 입력 : 2021. 01.31(일) 14:08
  • 편집에디터

김홍탁 CCO

나는 비틀즈의 노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시대를 살았다. 내가 아는 이 세상은 지구라는 티끌만한 혹성이 속해 있는 우주였다. 나는 현실감으로 존재하는 지구에서 상상력에 의존하는 우주를 이런 저런 모습으로 그려보는 호모 사피엔스였다. 인터넷의 가상공간이 생겨나면서 가상현실이 현실이 됐다. 기술의 발전은 가상현실을 더욱 공고한 현실로 만들고 있는데, 그 최신 버전으로 '메타버스(metaverse)'가 등장했다. 메타버스의 원주민인 MZ 세대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아바타를 만들어 소셜 활동까지 한다. 이전의 용어가 현실과 가상현실을 대비했다면 이젠 유니버스와 메타버스, 즉 우주를 들먹이는 큰 비유를 선보인다. 가상현실의 정교한 세계관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고글과 이어폰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원하는 우주를 창조할 수 있다. 2018년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은 메타버스의 세계관을 아주 잘 그렸다. 이 영화는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게임이 지배하는 2045년의 미래시대가 배경이다. 플레이어들은 오아시스에 접속해 퍼즐을 풀며 보물을 찾아 나선다. 성배를 찾아나서는 전형적인 모험 스토리의 게임 버전이다. 오아시스는 가상의 세상을 작동하는 운영체제인 셈이다. 그러나 레디 플레이어 원은 현실을 비유로 보여주는 메타포가 아니라, 바로 현실이다.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에서부터 린든 랩(Linden Lab)에서 개발한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생활형 가상세계에 이르기까지 이미 우리는 가상현실의 세상에 살아 왔다. 최근 코로나19로 대학 캠퍼스가 폐쇄된 미국에서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게임을 통해 가상의 캠퍼스를 세우고 졸업식을 거행했다. 현실에서 진행되는 졸업식보다 훨씬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메타버스의 오타쿠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밖은 위험하고 안은 안전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집콕하며 괴테나 단테를 읽을 것인가? 그들의 아이덴티티는 메타버스에서 형성된다. 가상현실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고 그 곳에서만 통용되는 소통 알고리즘을 즐기는 네이티브 메타버스 세대에게 작금의 비루한 현실이 눈에 들어올까?

눈을 뜨면, 메타버스 세대는 정치인의 위선과 포퓰리즘을 접한다. 정치인의 입은 거짓말을 위한 도구고, 몸은 이권을 따라다니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그들은 너무 잘 안다. 알바와 주식 단타를 통해 생활을 유지할지라도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하며 오로지 권력 유지용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정치인의 모습에 동조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메타버스 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 무관심하다는 것은 팔로우 하고 싶은 룰 브레이커가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메타버스에선 뒤통수 치고 위선을 일삼는 자들은 없다.

정치의 거버넌스 시스템이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려면 메타버스 세대를 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안목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세상은 이미 가상현실의 운영체제를 장착했는데, 정치 세태는 해방전후의 혼란기와 다를 바 없다. 아니 조선시대 당파와 음모의 후반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중 핵심인 화폐유통의 중앙통제마저 크립토커런시로 위협받는 지금, 정치는 1.0 패러다임을 벗어나 바로 4.0으로 도약해야 한다. 몇 단계를 한 번에 건너뛰어야 한다.

새해 시작부터 어쩔 수 없이 정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는 한 국가를 구동하는 운영체제이기에 언급을 피할 수 없다. 메타버스 세대에게 지금의 정치 운영체제를 선택할 것인가, 가상왕국의 운영체제를 선택할 것인가를 놓고 투표하라 한다면, 과연 현실의 운영체제를 압도적으로 선택할까? 그 어느 진영이 정권을 쥐던 지금의 정치 1.0 패러다임에선 메타버스 세대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 세대를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들은 그들만의 가상국가를 설립하고 가상화폐의 암호화 거래를 통해 운영체제를 블록체인화 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미래가 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정치는 권력을 잡는 일이 아니다. 버그 없이 잘 돌아가는, 적어도 별점 4.5의 운영체제를 장착하는 일이다. 우리는 가상현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한다. 현실의 정치 운영체제는 얼마나 업그레이드되었을까? 기억에 없다.

#메타버스세대 #정치운영체제업그레이드 #룰브레이커부재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