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복판에 산더미처럼 쌓인 스티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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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도로 한복판에 산더미처럼 쌓인 스티로폼
광주 양동시장 도로 위 재활용 쓰레기 모여||시민 “외관상 불쾌, 정류장 이용 불편”||불법투기 단속 CCTV 있지만 무용지물||서구 "매일 수거하고 있지만 한계 있어"
  • 입력 : 2021. 01.25(월) 17:44
  • 김해나 기자

25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양유교 앞에 시장에서 나온 스티로폼과 미신고 대형폐기물 등이 놓여 있다.

광주 양동시장 도로변에 무더기로 쌓인 쓰레기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일반 쓰레기나 가구 등까지 버려지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통행에 방해까지 된다는 지적이다.

25일 오전 11시께 광주 서구 양동시장 양유교 앞.

스티로폼이 산처럼 쌓여 있고 일반 차량과 버스는 쓰레기로 막힌 길이 익숙한 듯 이를 피해 핸들을 돌렸다.

'스티로폼 산'이 형성된 곳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끝 차선에는 일반 차량 통행이 적었다. 그 차선을 둘러싸고 시장에서 나온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가 놓여 있었다.

스티로폼 산 앞에는 종량제 봉투와 가구 등이 나뒹굴어 지나가는 시민들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가구는 대형폐기물로 신고한 후 업체에서 수거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에 놓인 가구는 대형폐기물 신고필증도 붙여지지 않은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또 쓰레기 불법 투기 감시 CCTV가 놓여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듯이 쓰레기로 가득했다.

버스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는 탓에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통행에 불편을 준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정순임(63)씨는 "평소 양동시장을 많이 찾는데 항상 스티로폼이 쌓여 있다. 보기에도 안 좋고 여름에는 생선 비린내가 진동한다"며 "시장에서 장을 본 후 버스를 타려고 건너올 때 항상 불편함을 느낀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쌓여 있어서 길을 건널 때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내리던 한 손님은 내리자마자 보이는 꽉 막힌 스티로폼 산에 당황한 듯 보였다.

김정화(31)씨는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스티로폼 감옥'에 갇힌 느낌을 받았다"며 "익숙하지 않은 길인데 스티로폼이 쌓여 있으니 인도인지 차도인지 순간 분간이 안됐다"고 말했다.

도시 미관 훼손에 통행 방해 등 시민들의 불만과는 달리 인근 상인들은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분위기였다.

인근에서 십수 년 동안 가게를 운영한 한 상인은 "'스티로폼 산'이 쌓인 지는 꽤 오래됐다"며 "보기에 좋지 않지만, 시장 상인들이 한곳에 모아놓는 개념이라 불법 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근처 가게 점주도 "상인들끼리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저곳에 쓰레기를 가져다 놓는 거로 알고 있다"며 "도시 미관을 해치는 건 사실이지만, 아무 데나 버리지 않고 모아 놓은 것만 해도 배려를 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들 역시 "쓰레기가 쌓이니 보기에는 더러워 보여도 상인들끼리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쓰레기를 모은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서구는 쓰레기 수거 후 처리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가 너무 많아져서 관내 재활용(가공) 업체에서 모두 다 수용할 수가 없다"며 "민간기업에서도 수용을 해줘야 하는데, 실제 재활용 업체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쓰레기는 내 집 문 앞에 두는 '문전 배치'가 원칙이다. 하지만 상인들이 재활용(스티로폼) 쓰레기를 언젠가부터 해당 장소에 두기 시작했다"며 "매일 현장에 가서 쓰레기를 수거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관내 선별 업체가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도 하루에 들어가는 재활용 쓰레기양이 한정돼있고, 양동시장 외 관내에서 나오는 스티로폼만 해도 선별 업체에서 모두 받지 못할 때가 있다"며 "선별 업체 수용량이 넘으면 관외 수거 업체에 요청해 수거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양동시장 상인회와 협의를 위해 만났다. 시장 내에 공간이 협소해 쓰레기를 모아둘 공간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길거리에 쓰레기를 내놓게 된 것"이라며 "올해 상인회 측과 재논의해 스티로폼으로 인한 통해 방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5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양유교 앞에 시장에서 나온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가 놓여 있다.

25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양유교 앞 버스정류장에 시장 내 스티로폼 등이 쌓여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