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전동호>겨울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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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전동호>겨울비가 내렸다
전동호 전남도건설교통국장
  • 입력 : 2021. 01.25(월) 15:17
  • 편집에디터

전동호 전남도건설교통국장

'소한에 얼었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를 알리듯, 안개를 동반한 겨울비가 연이틀 계속됐다. 새해 들어 백설과 함께 나뭇잎까지 얼어붙게 했던 냉풍이 가버린 것이다. 다음 달 3일이면 음력섣달 입춘이니 그럴 만도 하다. 올 추위는 다 갔다는 말도 나온다. 대륙성고기압대가 찬바람이 내려 올 길목을 막아섰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자연이 하는 일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설 한파, 기상이변이란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겨울비는 밤이 좋아, 진눈깨비가 되면 두 손을 찔러 넣고 걷다가 흠뻑 젖기도 했는데... 그 때처럼 우산은 필요 없다. 이도 잠시, 차에 올랐다. 지난 저녁에 배터리를 살려준 정말 호인에게 감사해하며 얼마를 달렸을까, 훈이 전화다. '통화 가능해' 괜찮아. '그날 이후로 온몸이 아프고, 술도 한잔 못하겠어. 어젯밤엔 온몸에 식은땀이 나서 자다 말고 깼네.' 한 달세 매제와 친구를 보낸 아픔이, 이십여 년 전 딸을 잃은 트라우마와 겹쳐진 것이다. 잘 이겨내, 낼 만나. 지난 주말이다.

또 전화다. 무엇이든 이루기를 크게 하겠다는 청춘이다. '고맙습니다. 저 승진했습니다.' 내가 뭘 했다고, 너무 멀리가지? '아닙니다, 잘 하고 오겠습니다.' 운전 조심하고, 늘 건강히, 고마워... 그리고 윤에겐 원하는 곳이 아니지?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습니다, 챙겨줘서 고맙습니다.'고 한다. 또 누구는 '큰절 한번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누구는 '안 옮겨주면 어쩌겠다.'고 했다 한다. 무엇이든 본인의 판단이나, 후회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상반기 정기인사가 끝났다. 시린 가슴도 남겼다.

옛적에도 혈족, 지역, 당파와 얽히고설킨 인연이 있었다. 그래도 소인과 대인을 구별했다. 자신의 권한만 부리는 세리(勢吏), 윗사람에게만 잘하는 능리(能吏), 사익만 취하는 탐리(貪吏)를 경계하고 대신, 충신과 간신(幹臣)을 택하라고 했다. 또한 정도를 위한 간쟁(諫諍)은 물리치지 말라하면서, 서열을 넘는 불차채용까지 했다. 1591년 2월, 종6품 정읍현감 이순신에게 정3품 전라좌도수군절도사 교지를 내린 것이다. 이듬해 발발한 왜란 7년을 물리친 신의 한수가 됐다.

오늘날도 못한 파격이었다. 인사는 각자의 능력과 전문성, 성격에 맞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한다지만 늘 쉽지가 않다. 그 규정 또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승진은 물론 전보에도 일정기간이 지나야 한다. 적정경력과 무분별한 이동을 방지하자는 건데, 근무실적 평가와도 연결된다. 경력과 선입을 우선한다는 뜻이다. '누가 더 빠른데?' 본인들이 만든 울타리에, 그저 죽은 듯이 차례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런 것이 싫다면, 과감히 떠나는 것도 좋다. 내가 하고픈 일을 하는 게 최고이기 때문이다.

인사 대상은 항상 초조해진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니, 내 의지와는 다른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주어진 일에 성심성의껏, 자기개발을 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도 한다. 참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비교를 못할 만큼 좋아졌다. 하지만 다를 만족시키진 못한다. 그래서 각자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한 줄 알아야 한다. 무슨 자리를 요구할 것만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의자를 찾아가는 방법이다. 그래야 즐거운 일이 되고 나의 발전과 행복도 있게 된다.

인사는 만사, 영어로는 개인적인 일(personal affairs)이다. 그래서 주어진 틀을 지키면서도 과감하게 할 때는 해야 한다. 절대라는 말과 정답은 우리가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상과 선택하는 책임이 주어진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묵묵히 가자한다. 겨울에 비가 내린 이유였을까? 그 서운함을 씻어내고 내 안의 슬픔과 고통, 괴로움까지 지워버리자고 한다. 오룡산 생강나무의 물이 된다. 그 가지에서 산 중의 첫 노랑동백꽃이 되어온다. 희망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