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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장미
  • 입력 : 2021. 01.17(일) 17:40
  • 박상지 기자
연인들사이에서 통용되는 장미꽃에 얽힌 숫자의 의미가 흥미롭다. 1송이 장미는 '왜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난거야'라는 의미이고, 20송이 장미는 '열렬히 사랑합니다' 44송이에는 '사랑하고 또 사랑해'라는 뜻이 담겨있다. 55송이는 '나에게 다시 오오(55)'라는 말을 전하고 싶을때 선물한단다. 99송이는 '상대방을 1송이 꽃으로 쳐서 완벽한 100송이를 이루라는 뜻', 그러면 100송이 장미는? '백기를 들고 항복, 그만 싸우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응급전화를 연상케 하는 119송이는 더 재미있다. '나의 불타는 가슴에 물을 뿌려주세요'라는 절절한 의미라고 한다.

여성계에서 장미는 고 노회찬 정의당 대표다. 생전 노 대표는 세계여성의 날인 3월8일, 각계각층의 여성들에게 장미꽃 한송이를 보내곤 했다.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성차별 해소, 여성의 권리확대, 성평등 문화 실현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실은 장미꽃 배달은 2005년 3월8일부터 작고한 2018년까지 14년간 계속됐다.

노 대표가 여성의 존엄성의 상징으로 장미꽃을 택한 것은 붉은 장미가 '사랑, 열정, 기쁨' 외에 진보의 상징을 담고있는 까닭이다. 정당정치의 역사가 깊은 서유럽에서는 붉은 장미를 당의 상징으로 삼고있고 당선자에게 장미꽃을 선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세기 서유럽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의 횡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때면 가슴에 붉은 장미꽃을 달았다. 그들은 촘촘히 붙어있는 장미꽃잎은 단결을, 날카로운 가시는 투쟁을, 붉은 빛깔은 노동자의 피로 비유했다.

봄에만 감상할 수 있었던 장미를 겨울에도 만날 수 있는건 특유의 강인함 때문이다. '오월의 여왕'이라는 별명처럼 장미는 5~6월에 화려함이 절정을 이루지만, 여름, 가을, 겨울의 장미라고 해서 화려하지 않는건 아니다. 봄 장미가 화려함의 극치라면 여름 장미를 작렬하는 태양빛을 받아 농염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가을장미는 고혹적이면서 절제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겨울장미는 따뜻하다. 본격적인 겨울장미 출하를 앞두고 화훼농가의 시름이 깊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졸업식과 입학식, 그리고 크고 작은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꽃 수요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파까지 닥쳐 화훼농가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미가 담고 있는 또 다른 의미인 '존엄'은 더불어 사는 삶의 필수요소이다. '꽃의 날' 화요일에 장미 한 다발로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