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조경희> 교학상장(敎學相長)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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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조경희> 교학상장(敎學相長)이 필요한 시대
조경희 동화작가
  • 입력 : 2021. 01.17(일) 14:02
  • 편집에디터
조경희 동화작가
교육학자 에드거 데일(Edger Daie)이 개발한 '학습의 원추'를 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학습의 원추'에서는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다양한 학습방식의 효과를 설명해 주고 있는데 쉽게 말해 학습 2주 후의 사람의 기억력을 측정하는 실험이다. 실험에 따르면 단순히 본 것(사진)은 30%였고 말하는 것(이야기하기, 토론하기) 은 70% 였고 실제로 배운 것을 자신에게 적용했을 때(실제경험)는 90%였다.

가장 최하위를 차지한 것은 읽기와 강의였다. 전업작가로 살아가면서 내게 강의란 필수적인 사회활동이며 경제활동이기도 하다. 때문에 실험에서처럼 읽기와 강의가 최하위의 정보를 전달해 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라면 응당 자신의 저서로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작가가 움직여야 책도 움직이고 독자층도 형성된다. 곧 독자와 만나는 강의가 작가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강의 현장에 서다 보면 시대에 따른 학습자의 변화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런 것처럼 '작가와의 만남' 이라든가 '작가특강'이라는 고전적인 강의가 얼마나 무력한지 정신이 번쩍 들 때가 많다. 아무리 유머를 섞고 학습자와 소통을 하려고 애써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학습의 원추'에서 최하위 정보전달로 분류한 읽기와 강의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전적인 작가 강의는 점점 줄어들고 대신 체험·소통형 강의를 선호해 그림책 만들기 강의가 늘어나는 추세다.

얼마 전에 어느 도서관에서 '주제가 있는 체험형 그림책 만들기 과정'을 맡게 되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자신의 생애 첫 그림책을 출간하는 수업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현재 초등학교나 도서관에서 굉장히 인기가 있어 꾸준히 개설이 되고 있고 그 전에 초등학교에서 글쓰기를 지도하여 두 권의 동화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어 대수롭게 않게 수락하고 진행했다.

그러나 단순히 기본 글쓰기 지도와 그림 지도로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얼마나 당황하고 심지어 겁을 냈는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해 아이들 각자의 글과 그림을 한 권의 그림동화책으로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일까지 모두 강사인 나의 몫이었다.

실제 기본 강의는 끝났지만 그때부터 같이 과정 진행을 맡았던 다른 강사와 말할 수 없는 고난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수정하고, 수정한 그림을 글에 맞게 앉히고, 편집하고, 심지어 글씨체와 표지 디자인까지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출판사의 프로 편집자들이 하는 일들이었다. 근 2주간 낮과 밤을 전전긍긍하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 겨우 완수할 수 있었다.

과정을 마무리하자 문득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한자숙어가 떠올랐다.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학생도 선생도 서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들의 글과 그림으로 한 권의 그림동화책을 갖게 된 아이들은 출판과정의 어려움을 체험으로써 많은 성장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강의의 절반 이상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탓에 동참한 학부형들까지 책과 도서관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는 후기를 전해 주었다.

그러나 강사인 나의 배움이 더 컸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나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화를 쓰는 작가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현장감 있는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과 의식을 다시 엿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울러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고난도의 편집과정과 기술을 통해 부쩍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배우며 가르치는 과정을 통한 성장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대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