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와 닮은 '헬조선' 대한민국을 위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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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와 닮은 '헬조선' 대한민국을 위한 처방
정부·국가 등 왜곡된 조선의 문화 담아 ||특권 확대 등 양극화 해소 위한 대안도
  • 입력 : 2021. 01.14(목) 14:25
  • 박상지 기자
지난해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징계위가 열린 가운데 청사 입구에 놓여진 근조화환 앞에 한 시민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정병석 | 매일경제신문사 | 1만6000원



거짓말과 편 가르기, 혐오와 분노, 갈등과 폭력은 대한민국 사회를 특징짓는 현상이 됐다. 최근 불거진 이른바 '추윤 갈등'과 '교수 사회 편법 인턴' 사례는 '불신이 만연한 사회'가 더 견고해지는 계기가 됐다. 소크라테스는 사회에서 각자 맡은 직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것을 '정의'라고 규정했다. 또한 다양한 역할과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살게 됐으니 각자 직분을 다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국가 운영에 중요한 원칙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을 제정한 이래 선진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갖가지 법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했으나 만들어진 제도의 확실한 이행과 성과 달성에는 소홀했다. 법 제도를 운영하는 이가 직분들 다하도록 신뢰하며 권한을 주는 문화, 사회 지도층을 비롯한 국민들이 법 제도를 준수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문화도 형성하지 못했다. 선진화되지 못한 사회문화는 법 제도의 효과적 운영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대한민국의 상황을 지켜보면 조선의 쇠퇴 과정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의 쇠망에도 의식, 가치관 같은 문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건국 초기, 성리학을 토대로 국가를 개조한 조선은 쇄신적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 제도는 100년이 지나지 않아 지배층 중심의 폐쇄적·착취적 제도로 변질돼 국가 발전을 저해했다. 지배 계급인 성리학자와 관료들이 백성의 삶과 관련이 없는 삼강오륜 이데올로기를 강요했고 경제의 근간이 되는 상공업을 천시했다. 사농공상이라는 차별적 신분 질서를 합리화하며 '특권'을 추구했다. 같은 유교권이었던 중국이나 일본보다 심화된 반시장적이고 편협한 사회문화가 조선 후기를 지배했다.

오늘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적법성'을 무시하고 획일적 도덕 잣대를 내세운 진영 논리로 모든 영역을 재단하는 행태는 법보다 도덕을 앞세운 조선시대 정치를 연상시킨다. 획일화 돼가는 문화, 이분법적 사고, 적과 친구로 편 가르기 역시 성리학이라는 단일 이데올로기만을 허용해 다양성·포용성을 상실한 조선과 닮아 있다. 사회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부 계층의 특권이 더욱 확대되고, 서민은 위화감을 느끼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내야만 한다.

선진 국가는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 질서가 확실히 준수되는 사회다. 대한민국 선진화의 우선적 과제 '신뢰 형성', '법치 실현'을 지금 해내지 못하면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간 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이 전체주의적 통치를 야기했다는 사실을, 또 '사회가 국가를 견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사례와 근거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 또 정부·국가와 민간·시장의 역할 분담과 더불어 사회 지도층과 지식인, 시민이 도모할 실제적 변화를 담았다. 현대에 남아 있는 신뢰와 법치 미흡 문제의 상당 부분이 조선의 문화유산이라는 문제 제기도 의미가 있다. 국격의 갈림길에 놓인 때, 이 책이 길잡이가 돼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고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길로 안내할 것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