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꼬박 버티며 연초 특수만 바라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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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1년을 꼬박 버티며 연초 특수만 바라봤는데…"
•화훼 도‧소매업소 새벽시장 르뽀||찾는 이 없어 업자들 한숨만||소비량 줄자 경매가도 하락||“메말라 버린 꽃 버리는게 일상”
  • 입력 : 2021. 01.13(수) 17:19
  • 최원우 기자

광주 서구 매월동의 광주원예농협화훼공판장에서 한 화훼 도·소매상인이 경매에 낙찰된 화훼를 챙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또 하나의 업종이 있다. 바로 화훼업이다.

이미 지난 한해 코로나19로 인해 대인접촉이 줄어들면서 각종 명절을 비롯 연말 특수조차 날아가 버린데 이어 지역내 학교 졸업식과 입학식 등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고사 직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화훼업종 종사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지역 내 꽃집 종사자들과 도소매업자들의 매출이 줄지어 하락하고 있다"고 울상이다.

13일 오전 5시께 찾은 광주 서구 매월동의 광주원예농협화훼공판장.

이곳은 절화(잘라낸 꽃)류가 대량으로 유통되는 장소로 경매를 통해 도소매상들이 화훼를 구매하는 곳이다.

예년같은 경우 1월이면 각종 새해 맞이 행사와 졸업식 등으로 화훼업종 종사자들에게는 특수 대목이다.

당연히 새벽 공판장에는 수많은 광주와 전남의 화훼 도소매업자들로 발 디딜틈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특수대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몇몇 도소매업자들만 눈에 띠는게 전부였다.

실제 이날 경매에 참여한 화훼 도소매업자들 역시 대부분 광주 지역에서 화훼를 판매하는 업자들로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전남 지역에서 방문한 도소매업자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이곳을 찾는 도소매업자들이 줄자 경매 물품인 화훼 역시 대부분 낙찰되지 않은 채 경매장을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순천에서 화훼를 판매하는 도소매업자 김상득(56)씨는 "경매로 구매한 꽃이 팔려야 다시 구매하러 올 텐데 구매한 것도 안 팔리니 이곳을 찾을 일이 점점 줄어드네요. 소요가 있는 몇몇의 꽃만 소량으로 구입해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부터 각종 행사들이 취소돼 화훼업종 종사자들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있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올해 졸업식 대목을 기다렸지만, 졸업식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돼 화훼 소요가 전무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해부터 화훼업종은 얼마나 침체된 것일까?

이날 광주 지역 원예농가에 따르면, 올해 1월 한달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 2019년 1월과 비교하면 70% 가량 줄었다. 70%면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업체들이 줄도산 하는 수치다.

그래서인지 이날 화훼공판장의 분위기는 냉막함 그 자체였다.

매년 발디딜틈 없던 경매장에는 구매자를 찾아보기가 힘들었고, 그저 화훼를 판매하는 업주들만이 비치된 화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지킬 따름이었다.

낙찰 받은 화훼를 정리 중이던 김세연(46·여)씨는 "경매에 참여한 도소매업자들이 줄어든 것처럼 도소매한 화훼를 찾는 구매자들도 줄었다"며 "광주·전남의 지역 내 꽃집 등에서 소요가 없다 보니 도소매 판매처 또한 이용하지 않게 됐고, 그로 인해 줄줄이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화훼 구매자들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광산구에서 화원을 운영중인 박미림(51·여)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는 물론 졸업 시즌도 특수를 기대하기는 물건너 간 것 같다"며 "코로나 상황이긴 해도 입에 풀칠할 정도는 판매 될 거라 생각했었다. 작년보다 훨씬 적은 꽃다발을 준비했는데 이 마저도 팔지 못해 폐기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꽃을 사가는 사람이 없어 매일 시들어가는 꽃만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게 일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광주원예농협화훼공판장 내에 마련된 화훼단지에서 한 시민이 도소매된 하훼를 구매하고 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