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일궜던 선친의지, '문화복지'로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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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사회복지' 일궜던 선친의지, '문화복지'로 이어가
동곡미술관·박물관 개관한 정영헌 보문복지재단 이사장||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미술작품 수집||배동신·박은용 비롯 지역작가 작품 1500여점 소장||고려·조선초기 유물도 1000여점 소장… 박물관 개관 토대마련||상여 꼭두·한국 근현대사 관련 유물도 수천점 소장
  • 입력 : 2021. 01.12(화) 16:47
  • 박상지 기자
정영헌 보문복지재단 이사장
미술작품 소장자들의 마지막 바람은 소장품을 전시할 공간을 갖는것이다. 미술작품은 소유보다는 공유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이 주는 감동과 위로를 보다 많은이들과 나누기 위해선 미술관 건립이 필수적이지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미술관 건립'은 그저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광주 광산구 보문고등학교 초입에 문을 연 동곡미술관·박물관은 수십년간 미술작품을 지속적으로 수집해 온 정영헌 보문복지재단 이사장이 오랜 꿈을 실현한 곳이다. 동시에 교육과 사회복지에 평생을 바쳤던 선친, 고 정형래 이사장의 유지를 한층 발전시킨 곳이기도 하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선친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하셨어요. 본인이 워낙 힘들게 학업을 하셔서인지 성공하면 꼭 교육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젊은 시절부터 여유가 있을때마다 학교부지를 조금씩 매입하셔서 1974년 보문학숙을 설립하셨는데, 고학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으셔서 2013년 복지재단까지 설립하셨죠."

사재를 모두 출연할 만큼 사회복지에 아버지의 의지가 강했던만큼 정 이사장 역시 보문복지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선친의 유지를 잇는데 집중했다. 광주시와 전남대병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사회취약계층의 복지를 위해 매년 수억원의 기부를 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복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고 한다. 돈보다 더 가치있는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문화복지'를 떠올렸단다.

"백범선생도 독립후에는 한민족의 문화부흥을 해야 한다고 하셨을 정도로 문화는 중요합니다. 광주가 예향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수년 전 피카소전이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한 곳이 광주이기도 하죠. 특히 광산구는 문화기관이 전무해서 문화적으로 낙후된 곳이기도 하고요. 학생들과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기획전을 통해 안목을 높여주는 것도 의미있는 복지사업이 되겠구나 생각하고 동곡미술관과 박물관을 열게되었습니다."

생전 음악을 좋아했던 선친의 영향 덕에 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 결혼 초 예술의거리에서 구입했던 김영태 작가의 유화작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왔다. 특히 지역 미술사에 영향을 미쳤던 작가들의 산재돼 있는 작품들을 한데 모으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배동신의 작품 40여점, 석현 박은용의 작품 60여점을 비롯해 김대성, 박상섭, 강봉규, 임승택 등 소장중인 지역작가 작품만 1500점이 넘는다. 이 외에도 고려, 조선시대 희귀 유물을 비롯해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상여와 꼭두, 대한민국 정치사를 엿볼 수 있는 근현대 자료, 항일자료 까지 수집 범위가 넓고 양도 많아 미술관·박물관 전시기획이 기대를 모른다.

"어린시절부터 수집에 취미가 있었어요. 주제를 잡아 꾸준히 수집을 하는편인데, 미술작품 수집의 기준은 '작가의 생애'인 것 같아요. 유명작가의 좋은 작품 몇점이 아니라,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작가가 있으면 그의 작업과 생애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작품을 모으고 있죠. 작품 뿐 아니라 일기나 소품까지 수집해요."

특정 작가의 생애에 집중하다보니 그의 수장고의 크기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향후 정 이사장은 동곡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중인 작가들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자신의 소장품 뿐 아니라, 가치있는 미술작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전시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지역 소장자들을 위한 전시도 계획중이다.

"지역민 뿐 아니라 작가들과 소장자들에게도 문턱이 낮은 미술관·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회복지'를 실현하셨던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문화복지'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