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7-2> "차별적 조항 아쉬워… 법안 개정 투쟁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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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7-2> "차별적 조항 아쉬워… 법안 개정 투쟁 계속될 것"
중대재해처벌법…노동계 반발 ||경영자 처벌… 책임 전가 가능성 多||‘기업’ 빠지고 사업장 제한 ‘누더기 법’||‘5인 미만 사업장’서 사망 재해 22%
  • 입력 : 2021. 01.10(일) 18:13
  • 곽지혜 기자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해단식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법안 논의할 때마다 깎여나가더니, 결국 반쪽짜리 법안으로 통과됐네요."

산업재해 등 노동자가 중대 재해를 입는 사고를 당했을 시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노동계는 이번 합의안이 기존의 발의안이나 정부안과 비교해 처벌 수위가 낮아진 것을 비롯해 적용 사업장 제한, 경영책임자의 면책 여지 등 '누더기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법 개정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위험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해 사망이나 중대재해에 이르게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처벌 수위를 명시한다는 점에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차이가 있다.

그동안 노동계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중대재해는 하나의 행위나 사고에 원인을 두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관점과 기업에 포괄적인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지난 8일 제정된 법안은 명칭에서부터 '기업'이 빠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지난 8일 중대재해법 통과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반쪽짜리 법이 온전하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되도록 개정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을 선언했다.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도 3년 유예되고, 최고경영책임자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반적으로 누더기 법안이 되어서 상당히 아쉬움이 있다"며 "처벌 수위 역시 3년, 5년 이상의 징역형에서 1년으로 상당 부분 후퇴하고 징벌적 손해배상도 낮아져서 실질적으로 실효성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이 우선적으로 돼야 할 것이고 최고 책임자가 실제로 책임을 질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반적으로 의견을 모아 개정 투쟁과 시행령 등을 보완할 수 있는지 검토해서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설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정부나 기업이 생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민낯이 더욱 드러나게 된 계기가 됐다. OECD 산재사망 1위,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언제까지 가져가야 하는가라고 물어볼 수 밖에 없는 결과"라며 "적용 대상은 줄어들고 처벌 수위는 낮아졌다. 공무원은 처벌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모순적인 행태에 매우 심각한 문제 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생겼다라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지만, 그동안 피해자 유가족과 시민사회, 노동계에서 요구했던 법안과 너무나 괴리된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앞으로 법안을 개정해나가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역시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전체 사업장의 80%가 5인 미만 사업장이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재해사망이 전체사망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장 제한에 대한 내용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2017~2019년까지 3년간 전체 산재 피해자 30만명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는 32.1%로 전체 사망자 약 6000명중 1400여명, 22.7%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속했다.

김인봉 전국택배노동조합 광주지부 사무처장은 "택배 노동자의 경우도 대부분 대리점, 소규모 사업장으로 거의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실질적으로 3년이 유예된건데 그 사이에 과로사가 계속 발생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미 과로로 인한 피해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이 제대로 제정됐으면 사측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노력들을 했을텐데 여전히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울분이 쌓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조건이 더 열악할 수 밖에 없는데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예외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시급하게 개정되어야 한다"며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들도 정확히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투쟁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