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정소녕> 졸업생들을 위한 마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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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교육의 창·정소녕> 졸업생들을 위한 마음소리
정소녕 무등중 교사
  • 입력 : 2021. 01.10(일) 14:01
  • 편집에디터
정소녕 무등중 교사
'학창시절' 이라는 단어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당신의 기억은 무엇인가?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해보면 평가를 위해,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에 쏟은 시간은 많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순간은 수업시간이나 선생님의 말씀이 아닌 친구들과의 경험과 추억들일 것이다. 이 유쾌한 기억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가족들이 모이거나 옛 친구들을 만났을 때 대화의 소재가 된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코로나19는 작년 3월 개학이 연기되는 것을 시작으로 소풍이나 수련회, 수학여행, 체육대회, 축제 등 그 어떤 추억도 용납하지 않고 아이들의 학창시절을 지나치게 했다. 얼마 되지 않은 등교일에 만난 아이들의 입에서 '이번 학년은 망했다.'라는 자주 말을 들으며 미안하고 짠하지만 그렇다고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무언가를 해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함께하는 시간과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반복되는 일상으로 기억에 남지 않은 탓에 시간은 오히려 빨리 흘러 벌써 졸업 시즌이 되었다. 특히 중학교 3학년은 졸업식마저 학급별 소규모 형태로 축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이루어져 꽃다발 대신 영상으로 축하하는 '줌업식'이라는 말이 새로 만들어졌다. 너무 짧고 허무하게 지나가버린 지난 1년의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을 담아 예비 고등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으론 다 하지 못한 마음소리를 나누려 한다.

먼저,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부끄러워요', '쪽팔려요', '모르겠어요' 이런 태도는 내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남보다 뛰어날 필요도, 많이 알 필요도 없으며 어디에서나 꼭 주인공이 되려 애쓸 필요도 없다. 우리가 원하는 대학 입시 역시 주체적으로 자기 진로를 향해 계획하고 실천하는 학생을 뽑으려 한다. 직접 부딪히며 해보는 것, 더 나아가 '실패'라는 경험을 통해 미래를 계획하고 자기 방어능력을 길러 원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공부든 직업이든 사람 사는 이야기든 일단 관심을 갖고 내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참여해보고 변화를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해보자. 그리고 뒷일에 대한 책임 역시 내가 고민하고 극복할 때 내가 내 삶의 오롯한 주인이 된다. 멍하니 뒤에 있다가 남 탓, 사회 탓, 나라 탓만 하면 늘 내 인생은 불평만이 쌓이는 재미없는 것이 된다.

둘째,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하면 된다. 다음에 안되면 그 다음에 하면 된다. 그래도 안되면 그보다 더 좋은 다른 꿈을 꿀 수도 있다. 왜? 십대니까. 아직 앞날이 창창하다. 지금은 너무 멀게 느껴지거나 불가능할 것 같은 나의 높은 꿈을 이미 이룬 사람도 똑같은 시기를 불안하지만 이겨낸 사람들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딱히 특별할 것이 없다. 누구나 해보면 못할 것이 없고, 안될 것이 없는데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 미리 포기하거나 나 자신을 폄하하지 말자. 남보다 늦거나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그런 시간마저도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분명 얻는 바가 있다. 지치면 쉬면 된다. 잠시 쉰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소중한 것은 너무 많지만 나 자신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또 아무리 곤란한 일도 해결되지 못할 일은 없다. 그러니 지치고, 힘겹고, 어려움이 반복되더라도 끝까지 해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선생님으로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 장난이 심한 학생, 의욕이 없는 학생 등은 어떻게든 변화시켜 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지만 예의가 없는 학생은 간섭하고 싶은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예의는 학생이든 아니면 직장인이든,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지켜야하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순간 생각 없이 내뱉은 말과 행동이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너무 후회될 수 있다. 경비원 폭행하여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사건, 코로나 19로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되자 마시던 술병과 음식을 엎으면 주인을 폭행한 사건 등의 가해자들도 '그렇게 까지 될 줄 몰랐다', '미안하다' 표현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람이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말과 행동들을 보며 범죄 여부를 떠나 예의를 알고 지키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이젠 백신 접종을 눈앞에 두고 희망을 가지며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누려왔던 또 더 새롭게 만들어가는 신나는 학교생활을 꿈꾼다. 2021년 모든 졸업생들을 응원하고 축복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