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간부가 금은방 털이 범인이라니"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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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현직 경찰 간부가 금은방 털이 범인이라니" 충격
남구 월산동 금은방 절도범 6일 검거||서부경찰 파출소 소속 현직 경찰 범인||번호판 가리고 CCTV 사각지대 이용||정상 출근 대담… “채무 때문에 범행”||피해자 “매일 절도 당하는 꿈꿔 황당”
  • 입력 : 2021. 01.07(목) 16:35
  • 도선인 기자
지난해 12월18일 오전 4시께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금은방에서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이 털리는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 절도 사건의 범인이 현직 경찰관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증거가 인멸돼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던 광주 남구 월산동 금은방 절도 사건의 범인이 현직 경찰관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광주 남부경찰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 모 파출소 소속 임모 경위는 지난달 18일 오전 4시께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금은방에서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0여일만인 6일 오후 10시50분께 지역의 한 병원에서 입원 중이었던 범인 임모 경위를 긴급 체포, 조사 중이다.

이 사건은 증거 인멸 수준이 상당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건 발생 당시 범인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으며 도구를 이용해 금은방 유리문을 부수고 침입했다. 이후 유리 진열대를 부수고 반지, 목걸이 등 귀금속을 갈무리했다.

범행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으며 사설경비업체가 도착하기 전 현장을 빠져나올 정도로 신속했다. 여기에 더해 차량 번호판을 가리고 CCTV가 느슨한 곳을 골라 도주하는 등 증거를 남기지 않아 수사 팀이 머리를 싸매야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경찰이었기에 이런 치밀한 범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범인 추적 과정을 잘 아는 베테랑 경찰관이었던 임모 경위는 CCTV 추적망을 피해 타지로 멀리 달아나고 미리 도주로를 파악하는 등 범행을 저질러 경찰의 수사를 어렵게 했다.

아울러 치밀한 범행 수법으로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는 사이, 정상 출근을 해 순찰 업무를 이어 가는 등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앓고 있던 지병으로 병가를 내 지역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임모 경위는 억대 빚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개인적인 채무 관계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현재 경찰은 범인이 처리하지 못한 피해 귀금속을 모두 회수한 상태다.

범인이 잡히자 피해자 금은방 주인 오모 씨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씨는 "오늘 오전 범인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현직 경찰이라고 들었다"며 "물론 나한테는 똑같은 범인이지만,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또 "사건 당일, 유리문과 진열대의 유리 파면이 튀어있는 등 말할 것도 없이 아수라장이었다. 훔쳐 달아난 귀금속만 해도 피해 금액이 3000여만원에 달하고 수리과정을 거치는 데도 몇 백 들었다"며 "범인이 잡히길 기다리는 동안 또 절도 사건을 당하는 꿈을 꾸기도 하는 등 초조했다. 경기가 좋아져서 이런 황당한 절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경찰 일선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 술렁이고 있다. 한 경찰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국가·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완전히 종결된 이후에 징계 위원회를 여는 등 내부 징계령에 따라 징계 여부와 내용이 결정 날 예정"이라며 "아직 어느 정도의 징계 수위가 내려질 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 공식적인 발표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남부경찰은 임모 경위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남부경찰 관계자는 "임모 경위가 범행을 인정했고 피해품목 또한 모두 회수한 상태"라며 "임모 경위에 대해 다른 여죄가 있는 지 수사 중이다. 무관용 원칙을 바탕으로 엄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