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전하는 조선, 그리고 백성의 이야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그림이 전하는 조선, 그리고 백성의 이야기
고려 구조적 문제서부터 구한말의 비통함까지 기록
  • 입력 : 2021. 01.07(목) 15:59
  • 박상지 기자
그림 속에 숨겨진 조선 역사

홍순대 | 인문서원 | 2만원



모든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라 했던가. 우리는 예술 작품을 통해 그 시대를 읽고 해석한다. 기록물과 달리 예술 작품은 직관적으로 감상할 수 있고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게 되는 것처럼 예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려면 먼저 그 시대를 알아야 한다. 신간 '그림 속에 숨겨진 조선 역사'가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조선이 개창하는 고려 말부터 조선이 일제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구한말까지의 역사를 크게 다섯 이야기로 나누어 그림을 통해 각각의 시대를 보여준다. 그림은 단순히 역사를 설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관련된 중요한 역사 사실을 살피고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각 시대가 남긴 그림들-초상화, 산수화, 풍속화 등-을 살펴보며 각 시대 역사적 사건은 물론 그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 뒤에 숨은 진실을 펼쳐 보인다. 조선을 관통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노라면 조선 역사의 흐름은 물론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란 무엇인지, 역사를 끌어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그림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그림 이야기는, 미륵불 현신을 기원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이성계의 조선 개창에 관한 것이다. 개혁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고려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이성계보다 더 개혁적인 인물이었던 정도전의 삶을 살펴본다.

두 번째 그림 이야기는, 권력욕에 눈 먼 수양대군에 의해 짧은 생을 마감한 비해당 안평대군과 그가 아꼈던 화가, 안견의 이야기가 '몽유도원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세 번째 그림 이야기는, 조선후기에 발달한 풍속화를 통해 당시 백성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풍속화의 대표화가 단원 김홍도는, 백성들의 삶을 단출하면서도 역동적인 필법으로 표현했다. 네 번째 그림 이야기는 '세한도'를 보면서 추사 김정희의 삶과 그의 시대정신을 살펴본다. 쓸쓸함을 넘어 스산함이 느껴지는 이 그림에서 회한에 얽힌 김정희의 복잡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마지막 그림 이야기는, 구한말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조선 최후의 선비를 자처하며 자결한 매천 황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의 초상화가 말해 주듯 황현은 매와 같은 날카로운 눈매로 구한말 역사적 사건을 기록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