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30>함평양민학살지 '남산뫼'의 소나무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 30>함평양민학살지 '남산뫼'의 소나무
  • 입력 : 2021. 01.21(목) 12:35
  • 편집에디터
함평양민학살지 '남산뫼'의 소나무


여기는 함평군 월야면의 작은 언덕 남산뫼. 소나무 한 그루가 그 곁에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광풍이 몰아치던 역사의 현장을 찾아와서인지 오늘 따라 하늘빛도 음산하다. 기억하게 하는 것조차 힘들게 하는 것일까. 남산뫼의 이 소나무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오늘도 허공을 향해 '나는 보았노라!' 하면서 울부짖고 있다.

국군 11사단 20연대 2대대 5중대가 함평 일대에 투입되어 불갑산의 빨치산 토벌 목적으로 '견벽청야(堅壁淸野)'작전을 수행하던 그 해 겨울은 잔인했다. 빨치산에 당한 분노를 엉뚱한 양민들에게 화풀이 한 것이다. 민가마다 불을 지르고, 부녀자들을 겁탈하고, 마을들 주민 전체를 남산뫼로 몰아 "너희들 때문에 나라가 힘들다!"고 하면서 어린이와 노인들만을 제외하고 잔인하게 학살했다. 그 수가 무려 수 백 이다. 그야말로 '인간사냥' 이었다. 이러한 만행은 비단 함평 관내의 이곳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누구를 위한 국군이었는지,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이었는지... 소수의 생존자들은 70년이라는 꽤 긴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치를 떤다.



그 누가 진실을 말할 수 있었고, 그 누가 용서를 빈 적이 있으며, 그 누가 용서 할 수 있단 말인가. 늦게나마 '진실화해위원회'가 노력한다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것이 인간 세상이던가.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