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농협RPC 대표·직원 짜고 쌀 28톤 빼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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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농협RPC 대표·직원 짜고 쌀 28톤 빼돌려
대표이사·직원 지난해 28톤 쌀 착복||농협중앙회 강진군 통합RPC 감사중||감사 중 RPC직원 목숨 끊어 '술렁'||농민들 "RPC 감사 확대해야" 분노
  • 입력 : 2021. 01.05(화) 15:53
  • 강진=김성재 기자
강진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전경.
전남의 한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대표이사와 직원이 재고쌀 수십 톤을 몰래 빼돌렸다가 적발돼 말썽이 일고 있다. 해당 RPC에 대한 농협중앙회 감사가 진행중인 과정에서 RPC 내부 관리자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5일 강진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강진 통합RPC)과 강진 지역농협 등에 따르면 강진군 통합RPC 대표이사 A 씨와 직원 B 씨가 지난해 8월께 RPC에 보관 중인 재고쌀(현미) 28여 톤을 몰래 민간업체에 팔아 판매대금을 임의대로 사용한 것으로 자체 감사결과에서 드러났다.

강진 통합RPC는 대표이사 A 씨와 직원 B 씨의 횡령여부 등을 따지기 위해 농협중앙회 감사국에 감사를 의뢰했다. 강진 통합RPC는 이미 지난해 11월 이들을 업무중지 처분을 내렸고, 오는 7일 이사회 등을 통해 대표이사 해임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들은 농협중앙회 감사에서 판매대금 가운데 쌀 매입업체 2곳에 장려금 명목으로 각각 1000만원, 2000만원을 지급했고, 나머지 2000만원은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감사가 진행되자 판매대금 5000만원을 강진군 통합RPC에 돌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진 통합RPC 출자농협의 한 조합장은 "지난해 10월께 재고쌀을 몰래 빼돌린 정황을 포착, 감사를 의뢰했다"면서 "11월 초 이들 두 명에 대해 업무정지 조치를 취했다. 여러 정황 등을 살펴볼 때 횡령에 가까워 보인다. 다행히 판매대금을 회수하면서 RPC에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역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라고 말을 아꼈다. RPC비리 소식을 접한 일부 농민들은 "RPC 비리가 지난해 뿐이겠는냐며 수 년치 장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감사 확대를 주장했다.

농협의 허술한 고발조치 규정도 논란이다. 농협 규정상 횡령 시 1억 원 이상은 형사고발이 의무이며, 1억 원 미만인 경우는 횡령이 발생한 해당 농협 또는 법인에서 자체 판단을 거쳐 고발조치 등의 절차를 밟는다. 횡령여부를 따져봐야 겠지만 쌀 판매대금이 5000만원인 걸 감안하면 고발여부 판단은 강진군 통합RPC의 몫인 셈이다. 강진 통합RPC측은 "의혹만을 가지고 고발할 수 없어 감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피감사인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조차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농협중앙회 감사국은 오는 2월께 강진군통합RPC에 대한 감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임을 밝혔다.

농협중앙회 감사국이 2개월 가까이 감사를 진행중인 과정에서 해당RPC내 관리자가 지난해 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큰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회 늑장감사와 함께 피감사인에 대한 처벌 등의 미숙한 대응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냐 하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RPC 대표이사와 직원의 업무정지 상태에서 두 달 넘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무 공백을 목숨을 끊은 직원 등이 고스란히 떠안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인해 업무가중과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PC내 한 직원은 "감사를 받고 있는 대표와 직원에 대한 업무 중지 이후 무려 2 달여 동안 업무 공백을 메워왔다"면서 "감사가 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됐다면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슬퍼했다.

한편 강진 통합RPC는 강진 관내 5개 지역조합이 출자해 설립한 미곡처리장으로 연간 250~300억 원의 매출 규모를 자랑한다.







강진=김성재 기자 sjkim2222@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