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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소=백신=희망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21. 01.03(일) 13:57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갈 정도로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黑死病)과 맞먹는 전염병이 마마·호역 등으로 불리는 천연두다. 천연두는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혀 왔다. 18세기 이전까지 유럽에서 매년 40만명이 천연두로 사망했다고 한다. 스페인 군대가 아즈텍제국과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것도 우수한 무기보다는 천연두가 원인이었다. 당시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균에 대해 면역력이 없었다.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한 것은 바로 '소'였다. 영국에선 암소 젖을 짜는 여성들이 소로 부터 우두((牛痘·소 고름) 균에 감염됐지만, 가볍게 병을 앓고 난 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이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했다. 1796년 어린아이에게 우두균을 상처에 바르게 하는 실험을 했다. 우두로 부터 회복된 아이에게 천연두균을 주입해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영국 왕립학회에 보고했다.

인류 최초로 바이러스를 극복한 백신(vaccine)은 이렇게 탄생했다. 백신이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 우두를 뜻하는 바키니아(vaccinia)에서 유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 덕분에 인류는 천연두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후 탄저병 백신을 개발한 루이 파스퇴르가 'vaccine'이라고 이름 짓고, 지금까지 홍역, 장티푸스, 콜레라 등 전염병으로 부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것을 잃은 쥐의 해가 가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가 밝았다. 인류에게 최초로 백신을 안겨준 소의 해가 마치 운명처럼 우리에게 왔다. 때마침 정부는 총 56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구 수를 넘는 물량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하는데 충분해 보인다. 백신 공급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새해 1분기, 얀센과 모더나가 2분기, 화이자가 3분기라고 한다. 인류를 전염병으로부터 구한 백신, 그리고 그 백신을 인류에게 선물한 소. 우리에게는 농사와 풍년의 상징이며, 농경사회 때부터 함께 살아온 동반자이자 가족이다. 코로나19 극복의 원년으로 기록될 소의 해. 인류의 희망이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