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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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영화 '귀주이야기'
  • 입력 : 2021. 01.11(월) 11:19
  • 박간재 기자

 코로나19가 꼭 고통만 주는게 아닌가보다. 야외활동이 줄다보니 자연스럽게 TV를 통해 유튜브와 영화감상 시간이 늘고 있다. 덕분에 감동받은 영화가 있다. 중국 장예모 감독 작품들이다. 그의 초기작인 '붉은수수밭' '인생' '5일의 마중'도 좋았고 '집으로가는 길'의 주연 장쯔이의 유명해지기 전 모습도 설레임을 안겼다. 장 감독만의 영상미는 다시봐도 압권이다. 그 중 가장 필이 꽂힌 영화는 '귀주이야기'였다. 시골 아낙인 귀주(공리)의 시선으로 당시 중국 사회의 부조리한 관료문화를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며 출산을 앞둔 귀주. 어느날 남편이 마을 촌장에게 중요 부위를 발길질 당한다. 귀주는 사과를 받겠다고 나선다. 그녀가 원한 건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였다. 하지만 촌장은 사과를 거부했고 사회는 그걸 받아주지 않았고 법도 돌아가지 않았다.

 귀주는 촌장의 횡포를 항의하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면사무소, 경찰서 등. 그러나 어떤 곳도 임신한 시골 아낙의 항의를 들어주려하지 않는다. 촌장도 자신의 체면과 관료로서 위치만 내세울 뿐이다. 결국 추수해 놓은 고추를 수레에 가득 담아 시누이와 함께 팔아 공안으로 간다. 북경으로 긴 여행을 떠나 법정소송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법정도 단순한 사고 처리만 집행할 뿐이다.

 법원에 소송도 해봤지만 패하고 만다.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수긍하지 못한 귀주는 다시 대법원에 항소한다. 사건이 커졌고 마침내 법원이 공안부를 조사하게 된다. 대법원에서 남편의 몸을 엑스레이 검사한 결과 갈비뼈가 부러졌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마을로 돌아온 귀주는 출산을 앞두고 갑자기 위험에 처한다. 마을사람들과 촌장도 달려와 도움을 준다. 출산 한달 뒤 마을잔치를 준비하며 촌장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 때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촌장이 잡혀갔다는 얘길 듣는다. 귀주는 화들짝 놀라 따라가보지만 이미 잡혀가고 없다. 귀주는 외친다. "사과만 받고자 한 것인데." 황망해 하는 그의 표정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장 감독의 예술성과 시골풍경, 귀주의 우직한 심성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다.

 지난해 우리는 사과하지 않는 수많은 마을 촌장들을 봐왔다. 새해엔 잘못했다면 인정하고 용서를 빌줄 아는 용기를 가져보자. 사과도 하고 잘못을 인정할 줄아는 웃는 세상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