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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위태로운 지구
  • 입력 : 2020. 12.23(수) 15:27
  • 홍성장 기자

1조1억톤. 전세계 생물의 총질량, 'biomass'다. 최근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인류가 지금껏 만들어온 인공물의 질량이 올해 1조1억톤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다. 론 밀로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식물 및 환경과학부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인간의 영향'을 정량화한 연구다. 연구팀은 1900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계 생물량과 인공물의 총 질량의 변화를 추정했다. 연구팀이 정의한 인공물은 인간이 만든 고체 형태의 무생물이다.

분석결과 1900년 인공물의 총질량은 생물량의 3%에 불과했다. 그런데 건물과 도로, 기계와 같은 인간의 생산물이 급격하게 늘면서 인공물의 질량은 20년마다 두배로 늘어났다. 결국 오늘날 인공물의 총질량은 1조1억톤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생명체의 무게는 삼림 파괴 등으로 인해 급감했다. 첫 농업혁명 이래 식물의 바이오매스는 2조톤에서 1조톤으로 절반이 줄었다. 농업이 확산되면서 삼림이 파괴되고 농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인공물이 바이오매스를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2020년이 그 교차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확한 시점은 변수가 많아 2020년 전후로 6년 정도 오차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2040년까지 인공물의 무게는 1조1억톤에서 3조톤으로 세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이 매년 300억 톤씩 더 인공물을 만드는 꼴이다. 그야말로 지구에게 너무 버거운 인간인 셈이다.

여기에 재미있는 것은 이번 분석에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제외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 중 소각과 재활용을 거친 경우를 제외한 양을 포함하면 인공물의 총질량은 이미 2013년에 전 세계 생물량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충격적인 발표다. 과학계에서도 이번 수치를 일컬어 '인간이 지구에 새로운 지질시대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른바 인류세'다.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만드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일컫는다.

"눈 앞에 다가온 충격적인 결과에 더 책임감있게 행동할 수 있길 바란다." 연구팀이 던진 결과다. 책임감있는 행동, 과연 어떤 것일지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하루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