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감각,맛, 쾌락의 페미니즘적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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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감각,맛, 쾌락의 페미니즘적 통찰
20년간 미·영 대학서 음식철학 교과서로 활용
  • 입력 : 2020. 12.17(목) 18:15
  • 박상지 기자
음식 철학

캐롤린 코스마이어 | 헬스레터 | 3만5000원





'음식 철학_ 맛의 의미, 페미니즘과 어떻게 연결될까'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계몽주의 시대의 칸트와 헤겔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서양 철학사에서 '음식과 감각', '맛과 쾌락'의 연결고리로 페미니즘 시각에서 음식철학의 체계를 세운 음식인문학 고전서이다. 그리스 철학은 사유(思惟)의 최상위에 시각과 청각, 최하위에 맛(미각과 후각)으로 규정했다. 미각은 쾌락의 대상으로, 여성과 짝을 잘 이룬 가장 낮은 단계의 감각으로 본 것이다. 이 때 정해진 미각(맛)의 지위는 계몽주의 시대 전까지 이어진다.

서양 철학의 지적 전통을 세운 플라톤은 4개의 미각(쓰고, 달고, 시고, 짠맛)을 찾아내 기록을 남겼지만, 맛감각에 대해서는 악평을 퍼부었다. 플라톤은 "혀의 지각들은 신성한 곳에 거주하지 않고, 지적인 영혼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위(胃, stomach)는 육욕의 영혼을 위한 여물통에 불과하다."며, "미각의 타락성과 위험성에 빠져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각을 서양 철학사에서 최하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시킨 장본인은 바로 플라톤이다.

17~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 중 칸트는 무소불위 지위를 누린 고대 그리스 철학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무너져 내린 미각(맛)의 철학적 성찰을 이뤄진다. 칸트와 헤겔이 앞장서 수정을 시도했다. '음식'이 철학적 주제에서 멀어진 배경은 감각의 서열순에서 밀려난 때문이라고 고발했다. '인간의 지식과 도덕, 예술 행위는 시각과 청각으로 성취한다.'는 수세기 동안 지속돼 온 불변의 가설을 철학의 법정에 불러 세우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오늘날 미각(맛)에 대한 개념과 철학적 혜택은 칸트와 헤겔의 주장에 힘입은 바 크다. 이때부터 오늘날 미각과 미학, 맛의 표준 등 다양한 음식 담론의 철학적 토대가 마련된다.

철학 교수인 캐롤린 코스마이어(뉴욕 주립대, 버펄로)는 맛은 쾌락과 여성을 은유하는 매우 잘못된 시각을 젠더적 사유로 통찰하며, 음식철학 교과서를 집필했다. 20여 년 전에 집필했지만, 지금도 미국과 영국의 각 대학에서 음식철학 교과서로 활용된다. 우리나라의 음식 담론에서 처음 만나는 '음식철학서'이다. 이 책은 먹방과 쿡방의 푸드 포르노, 맛과 가격 중심의 맛집 소개, 칼로리에 집중했던 산업화 시대 패스트푸드가 음식담론을 주도했던 시대에서 벗어날 시그널로 받아 들어진다. 음식을 미학적 관점과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