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의 시각에서 조망한 전통 서예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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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현대예술의 시각에서 조망한 전통 서예의 가치
예술공간 집, 서예가 후산 정재석 작품 전시||고 학정선생 제자로 20년간 서예가의 길 걸어||21일까지 행초서, 전각 등 23점 선봬
  • 입력 : 2020. 12.15(화) 15:57
  • 박상지 기자

정재석 작 '舞 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혼란의 시기를 맞으면서 비로소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가는 중이다. 이름난 여행지보다는 내 고장이 더없이 안락한 곳이었음을, 낯선이들 틈에 끼어 맛보기 바빴던 유명쉐프의 요리보다 내 가족과 둘러앉아 호호 불어 먹는 뜨끈한 김치찌개 한그릇이 주는 기분좋은 포만감을 깨닫고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우리것에 대한 재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예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서예는 현대 시각예술의 화려함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예만이 가지고 있는 참 멋을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줄어갔다. 우연한 일치일 수도 있지만 최근들어 국내에서 서예에 대한 시각을 환기시키는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개관 이래 최초로 서예 단독 기획전 '미술관에 書: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열어 호평 받은바 있다. 광주에서는 오는 21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서예작가전이 진행되고 있다. 고 학정선생의 제자로 20여년간 서예가의 길을 걸어 온 후산 정재석 작가의 개인전이다.

연례기획전인 추천작가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전신(傳神)-후산 정재석'이다. 정재석 작가는 올해 초 타계한 고 학정 이돈흥 선생의 제자로 20여년 이 넘는 시간동안 서예가의 길을 걸어왔다. 긴 시간이 증명하듯 서예가 후산의 작품들엔 '서(書)'의 다양한 세계가 깊이 새겨져 있다.

행초서를 비롯한 전각 등 23점의 작품들에서는 서예의 옛 멋과 새 멋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의미를 몰라도 화면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조형의 조화는 서(書)가 가진 무한한 힘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먹과 종이, 그리고 이를 써내려간 한 인간의 곧은 정신을 담은 서(書)의 세계, 결코 현대의 시각예술과 견주어도 흔들리지 않을 굳고 너른 세계를 펼쳐낸다. 붓이 지나가고 글자가 새겨진 종이 위에는 생기가 넘치고 분명 글씨이지만 그 자체로의 힘이 가득 뿜어져 나온다. 하나의 글자는 추상화가 되기도 하고, 운율을 싣고 종이 위에서 다양한 변주를 한다.

글이 전하는 내용과 글씨가 빚어내는 조형, 그리고 그 가운데를 잇는 한 인간의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돼 세상만물의 근원적 의미들을 담고, 그 깨달음에 끝없이 다가가는 길의 무한한 깊이가 새겨져 있다.

정 작가는 "'전신(傳神)'을 화두 삼아 그리 길지 않은 지난 흔적들을 들추어 보았다"며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교향곡 9번을 떠올리듯, 서예술에서 가슴 벅찬 은하수를 경험해볼 수 있기를 꿈꿔본다"고 전시의 소회를 밝혔다.

후산 정재석 작가는 전남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대학시절부터 서예를 시작해 학정 선생의 제자로 꾸준히 서예를 익혔다. 대한민국미술대전, 광주시미술대전, 전남 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이며 남도서예문인화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지역을 넘어 서울과 중국 등과 교류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정재석 작 '義 의'

정재석 작 '河 하'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