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4-2>자영업자 "배달 늘어도 수수료·광고비 내면 남는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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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4-2>자영업자 "배달 늘어도 수수료·광고비 내면 남는 것 없어"
배달앱 수수료 부담 가중 ‘한숨’||최고 13% 수수료에 추가비용||"울며 겨자먹기로 쓸 수 밖에"||오토바이 구입 직접 배달 나서
  • 입력 : 2020. 12.06(일) 18:07
  • 김은지 기자
"배달이 늘면 뭐 하나요. 수수료가 절반인데…. 수수료 내고 배달료 내고 임대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식당, 카페 등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급감한 매출은 지난해 매출의 40%에도 못 미쳤고, 일부 가게들은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시대는 또 다른 소비문화를 확산시켰다. 고객들은 온라인 비대면 소비로 고개를 돌렸고, 외식을 즐기던 이들은 집에서 간편히 시켜 먹을 수 있는 배달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배달음식의 수요 증가는 침체됐던 소상공인들의 매출 회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배달을 중개하는 민간배달앱은 플랫폼에 입점한 자영업자에게 6.8%에서 최고 13%에 달하는 수수료를 요구했고,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없던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수수료를 부담하며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다.

서구 쌍촌동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이모(38)씨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배달이 급증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애당초 매장 장사보다 배달 장사가 더 잘 되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매출 중 99%가 배달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앱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편의상 전화 주문은 줄었고, 앱으로 주문하는 고객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를 계속 올려도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이씨 가게 치킨의 기본 가격은 1만6000원이다. 1만6000원에서 원재료값과 프랜차이즈 가맹비, 임대료, 배달 라이더 기용비 그리고 8%에 달하는 배달앱 수수료까지 지불하고 나면 그의 수중에 남는 돈은 3000원에도 못 미친다. 하루에 치킨 열 마리를 팔아야 겨우 3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보게 되는 상황이다.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민간 배달앱의 독과점으로 인한 횡포가 영세상인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민간 배달앱 중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가 소유한 '배달의 민족', '배달통', '요기요' 등 3개 플랫폼이 전체 시장의 98.7%(약 1110만명)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배달앱은 주문앱 내에서 각 매장 간의 광고 경쟁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고객의 전화번호를 안심번호로 바꿔 전달하는 방법으로 식당과 소비자와 직접 접촉을 차단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회사도 아닌 독일 회사가 3개 플랫폼 사업자를 인수해 사실상 배달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부재하다.

북구 용봉동에서 일식집을 운영 중인 김모(32) 씨의 상황도 이씨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김씨는 "최근 중고로 오토바이 한 대를 마련했다. 매출이 줄었는데도 그전과 똑같은 수수료를 내다보니 배달료라도 아낄 수 있을까 해서다"며 "배달이 늘어 반갑긴 하지만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전보다 일은 늘었어도 줄어든 매출을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몇 달 사이 눈에 띄게 늘어난 배달 주문에 배달대행비라도 줄여볼까 직접 배달에 나선 김씨지만 지난해 절반 수준에 못 미치는 매출에 한숨만 늘어가고 있었다.

김씨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배달앱은 두 개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배달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배달앱 회사들끼리 합병을 한다고 하더라도 배달앱 수수료는 각각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된다"며 "할인행사를 진행하거나 가게 이름을 배너 가장 상단에 뜨게 하려면 한달에 최소 8만8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고객들의 눈에 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추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