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주옥> '줄탁동시' 사자성어의 이치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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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주옥> '줄탁동시' 사자성어의 이치를 생각하며
김주옥 광주환경공단 광주사업소 광주지원팀장
  • 입력 : 2020. 11.29(일) 14:25
  • 편집에디터
김주옥 광주환경공단 광주사업소 광주지원팀장
어미 닭은 알을 품다가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반응할 때 병아리가 더욱 쉽게 부화할 수 있도록 밖에서 부리로 알을 동시에 쪼아준다.

이렇게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것을 부를 줄(啐)자를 써서'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쪼는 것을 쫄 탁(啄)자를 써'탁'이라 한다.

그런데 이 시기에 알 속의 병아리가 온 힘을 다해 껍데기를 깨지 않으면 어미 닭 역시 밖에서 알을 쪼는 것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된'줄탁동시(啐啄同時)'란 사자성어는 이 두 가지 상호작용이 함께 이뤄져야 병아리가 부화할 수 있다는 비유에서 나온 것으로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한다.

그 어원은 중국 송나라 시대 불가의 수행 지침서인 「벽암록」에 기록돼 있었던 고사성어로 줄탁치기(啐啄致機), 줄탁지교(啐啄之交)와 같은 뜻이다.

필자는 어느 날 조선대학교 병원 방향으로 오르다 이 '줄탁동시'가 적힌 비석을 보게 됐다. 그러다 문뜩 이 비석에 새겨진 사자성어가 시사하는 바가 우리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우 상징적인 것을 느꼈다.

먼저 '가족'이라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부터 생각해보자. 부부 사이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간에도 줄탁동시가 필요하다.

사회 공동체의 첫발인 친구와 사제 간에도 또 직장에서도 상생하는 데 줄탁동시가 필요하며 나아가 정부와 국민 간에도 이 가치가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유례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이 줄탁동시가 의미하는 '소통'과 '협력'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함은 누구나 다 느낄 것이다.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전파되고 2020년 11월 말 기준 3만 2천여 명의 확진자와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를 비롯한 온 국민이 힘을 모으고 있는 덕분에 이른바 'K-방역'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여타 국가들처럼 바이러스가 대유행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

이 사태에서 우리나라는 대처를 잘 해냄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선진 예방국가라는 명예를 안았다. 이는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정부와 국민 사이에 줄탁동시가 잘 이뤄졌기에 가능한 결실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코로나19 이후 변화의 시점에 놓여있는 우리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이 요구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줄탁동시로서의 가치는 시대적 사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가 줄탁동시 할 때 이뤄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가 줄탁동시 할 때 탄생하며, 세계적인 기업은 노사가 줄탁동시 할 때 가능한 것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강의내용이 문득 떠오른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조차도 상대로부터 화답이라는 선물을 받으려면 고뇌와 헌신이 담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법이며 아무리 좋은 변화와 혁신이라도 상대방이 갈망하고 있는 때를 잘 맞춰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먼저 변화해야 하며 늘 상대와 소통하며 나누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물론 혼자만 변화해서는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 상대방 또한 나의 고뇌와 헌신이 담긴 변화에 대해 귀 기울여주고, 화답해주어야만 시너지 효과가 있다. 이러한 것이 바로 '줄'과 '탁'이라는 협업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변화와 혁신이 있을지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지속이 아닌 일시적인 변화에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법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한 지금, 언제 터질지 모를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늘 준비하고 실천하는 자세를 나부터 갖추고, 세상에 귀 기울이는 마음이 우선이지 않을까.

변화와 혁신은 서로 함께할 때 가능하다. 물론 필자도 나부터 기본적인 삶의 터전인 가정, 직장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줄탁동시'를 밑바탕으로 나와 상대방이 서로 진실의 순간을 함께 만들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