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률 외면하는 경제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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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폐업률 외면하는 경제부처
김은지 경제부 기자
  • 입력 : 2020. 11.25(수) 16:23
  • 김은지 기자
김은지 기자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생산설비를 완전히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실현 가능한 생산을 달성하지 못할 때, 그로 인한 빈곤을 '풍요 속 빈곤'이라 한다.

경제학에서 쓰는 용어인 이 말은 이제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상대적으로 정서가 메마르고 빈곤한 세태를 지칭하는 말이 되고 있다. 혹자는 현시대를 '풍요 속 빈곤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뒤바꾼 이후, 풍요로운 시대는 저물었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올 경제 충격과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질적으로도 빈곤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 같은 불안감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이었다. 그 어떤 준비도 없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았다.

꼬리 물듯 이어진 그들의 줄폐업에 씁쓸한 호황을 누리는 이들도 있다. 바로 철거 전문 업체다. 동구의 한 철거 전문 업체는 지난해보다 2~3배 늘어난 철거 의뢰에 눈 깜빡일 새도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에 반해 창업하는 이가 없어 나날이 쌓여가는 철거된 중고 물품들이 애물단지이기는 하지만,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그래도 일터로 향하는 순간마다 마음만은 편치 않다. 철거하기 위해 찾은 카페 곳곳에 묻은 주인의 손때를 보고 있자면 지금의 '빈곤 속 풍요'에 맘 편히 웃을 수도 없다.

지난 2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창업기업은 34만312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3% 늘었다. 중기부의 경제지표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도 10.9% 상승해 코로나19 자영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중기부는 폐업 통계는 발표하지 않는다. 국세청, 통계청도 마찬가지다. 폐업은 창업처럼 바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를 따로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은 카페, 식당의 수가 얼마나 되는 지 그 어떤 경제지표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폐업 통계 없이 창업 통계만으로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 어떤 경제 부처에서도 다루지 않는 폐업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철거업체를 찾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창업률만 줄줄이 나열된 자료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풍요 속 빈곤의 시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