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호남 지지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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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국민의힘, 호남 지지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인 이유
최황지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0. 11.11(수) 16:12
  •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서진(西進) 전략', '호남 끌어안기', '호남 구애', '호남 동행'

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호남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돌입한 '작전명'이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선 호남 출신 인구 비율이 15%에 육박하는 서울권 일부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자 호남지역에 단 한 석도 국회의원 수를 챙기지 못한 위기의식이 기저에 있다.

국민의힘은 8월 5·18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사죄했으며 11월엔 '호남 동행'이란 이름으로 광주·전남지역 기초단체장과 만나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비슷한 시기에 광주 심장부인 시청 앞에는 "국민의힘 광주 제2지역구 국회의원 인사 올립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실존하진 않는 '제2지역구'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배치됐다. 호남 지자체 현안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꽤 눈길을 끄는 정치적 마케팅이란 평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진 전략을 추진하며 "역사의 매듭을 풀고 미래를 나아가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보수 정당이 호남을 끌어안으며 역사적 사명감을 갖는 건 바람직하다. 지금껏 정치권이 '지역 감정'을 악용해 정치적 실리를 챙긴 것과 대비되는 의미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국민의힘 서진 전략은 지역의 정치적 편차를 여전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국민의힘이 서진 전략을 펼치고 있을 때 보수 텃밭인 TK에선 국민의힘 지지도가 오히려 하락했다. 최근 한국 갤럽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TK내부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34%)에 못 미치는 30%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설문조사까지 TK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더 높게 나온 것은 김 위원장 취임 직후인 6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호남 민심을 얻은 것도 아니다. 올해 1월초 한국 갤럽 정당 지지도를 보면 호남권에선 자유한국당이 4%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 9월, 해당 지표에서 8%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호남 동행' 의원들이 광주를 찾아 현안을 살폈음에도 불구하고 11월의 설문조사에선 다시 2%대로 뚝 떨어졌다.

최근 보수정당 출신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광주에 방문했었다. 기자들 사이에선 "왜"라는 물음이 많았다. 광주를 찾는 보수 출신 정치인사들이 많아지면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기자들도 이런 모습이 생경하다. 광주 시민들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왔다가 돌아가기만 해서는 호남 민심을 붙잡기 힘들다.

보수 출신 정치인사들이 왔을 때마다 광주는 5·18민주화운동, 군 공항 이전 관련 특별법 등 지역의 주요 현안들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국민의힘이 호남의 부탁에 부응할 때 국민의힘이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지역민들 피부에 와닿는 정책발굴을 위해서 좀 더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