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호남동행에는 진정성이 담겼나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취재수첩
국민의힘 호남동행에는 진정성이 담겼나
김진영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0. 11.08(일) 17:07
  • 김진영 기자
김진영 기자
야당의 행보가 심상찮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또 전남을 찾았다. 지난 8월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사과'를 한 지 두 달 만이다.

당시 그는 "부디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김 위원장은 또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 발언에 우리 당이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야당 파격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10월 27일 호남 예산을 챙기겠다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광주에 내려와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고, 지난 3일에는 아예 전 시‧군 단체장으로부터 현안 사업을 청취했다.

야당 대표가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 사과'를 한 것도, 예산을 챙기겠다며 직접 찾아와 목소리를 듣는 것도 모두 전례 없는 일이다.

이는 호남 및 중도층 민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호남을 잡아야 선거를 잡는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내후년 대선까지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호남의 표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역민들은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풀이하면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그간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왔던 지역 현안 해결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정치권이 부추겼던 지역주의 극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차기 정국에서는 결국 고정 지지기반이나 이념 프레임 논쟁이 아닌 정정당당한 공약 선거도 가능해진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5·18 역사 왜곡 처벌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데다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우려때문이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김종인 광주방문 관련 성명'을 내고 "더 이상 정치적 쇼로 호남 민심과 5·18을 우롱하지 말고 약속한 대로 당론과 법안 통과로 진정성을 입증하라"고 촉구했다.

5·18 이후 40년이 지났다. 야당의 행보는 바람직한 신호지만 냉랭한 지역 민심에 불을 지피기에는 아직 턱없이 모자라다. 호남 동행이 진정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공수표 남발'로 끝나선 안 된다는 말이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