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고 있다. |
지난 27년간 삼성의 성장을 이끌어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하며 사후 핵심 경영권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승계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간 선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병석에 누운 뒤로 사실상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어온 터라 삼성 경영 전반의 큰 변화 기조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부회장으로서 삼성을 이끌었던 것과 총수로서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무게감부터 다르다. 따라서 조만간 이 부회장이 선친의 자리를 승계해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3대째 가업인 총수 자리에 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삼성 입장에서도 삼성의 미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이 부회장이 삼성 회장직을 맡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아직 사법적 문제와 국민 여론, 시장의 평가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적지는 않다. 이 부회장은 그간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왔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평가다.
이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 닷컴열풍에 발맞춰 e-삼성을 설립하고 이를 '인터넷 지주회사'로 키우겠다고 했었으나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또 헬스케어 사업과 관련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신속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2014년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회장' 타이틀을 달지는 않았지만 총수 역할을 하며 삼성의 시장 리더십을 강화해왔다.
조부 이병철 선대회장 시대 삼성이 '관리의 삼성', 부친 이건희 회장 대에선 '전략의 삼성'으로 통했다면, 이 부회장은 그동안 부드러운 리더십을 내걸고 '이재용식(式) 삼성'을 지향해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부와 부친처럼 위기 앞에서 결단과 확신에 찬 리더십을 보이는 행보를 이어왔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6년 국내 인수합병(M&A) 최대 금액인 9조원을 투입하며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초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되며 경영복귀한 이후 대규모 투자 방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불확실성이 증대한 경영환경에서 글로벌 산업계 내 삼성의 입지를 굳히는 것이 이 부회장의 당면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던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삼성의 주력사업 실적은 낙관할 수 없는 처지며, 글로벌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상황이다.
이처럼 일선 사업의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법리스크에 놓인 처지다. 이 부회장은 현재 두 건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지난 22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재판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오는 26일 재판을 재개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미중 무역준쟁 등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에서 재판 준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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