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74·쎄느양복점 운영) (20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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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이강국(74·쎄느양복점 운영) (204/1000)
  • 입력 : 2020. 10.25(일) 15:11
  • 김양지 PD

"충장로에서 장사를 오래했어요. 양복을 배운 지는 60년 됐고 장사한 지는 50년 정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오래해서 부끄러운 마음에 30년됐다고 사람들한테 이야기 하기도 해요.

저도 이런저런 일 많이 했죠. 그때 당시에는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살았어요. 어머니가 우리 동네에 기술자가 산다고 해서 그 양복점에 다니게 해달라 요청했죠. 그때부터 집에서 7시에 나와 선생님들 도시락 싸 들고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오면 12시인 생활을 했어요. 밤 늦게 까지 일했죠. 그때는 못 먹고 살 때니까…. 하루는 높은 분께서 국수를 사가지고 오라고 하셔서 심부름을 하는데 너무 배가 고파 국물을 다 마셔버렸죠. 그렇게 배웠어요 양복을.

60년 전 금남로요? 그땐 훨씬 사람들이 많았어요 롯데백화점 자리에 터미널이 있어서 번화가 중 번화가였죠. 지금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저와 함께 나이 든 단골 손님들이죠.

가게를 오래하는 비결요? 진실함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치수를 재고 양복을 만드는 데 거의 일주일 걸리죠. 바느질 하는 데만 2일이에요. 지금까지 그런 정성으로 만들고 있어요. 항상 원단도 질 좋은것을 쓰려고 노력하고요. 한 외신 기자가 양복점에 방문해서 제 이야기를 실은 적도 있답니다. 영광이죠. 요즘은 주문을 받으면 전부 서울로 원단을 보내서 만들어 오는 식이에요. 저희집 단골들도 이런 진심과 정성을 알아 보고 지금까지 찾아와 주시는 것 같아요. 주위를 둘러 보면 젊은이들도 창업에 많이 도전해요. 그들께 해주고 싶은 말은 항상 무얼 하든 '진실됨'을 유지하라고 하고 싶어요.

광주는 어머니 품 같은 도시에요. 이곳에 나고 자라서 참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답니다. 충장로에서 '패션쇼'를 여는 것이 꿈이에요. 60년 전에는 양복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직접 패션쇼를 열기도 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이 없어요. 소상공인인 지라, 금전적으로 패션쇼를 열기에는 무리도 따르고…. 시에서 좋은 계획이 있다면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김양지 PD yang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