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6-3> 밀려드는 재활용 쓰레기로 선별장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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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6-3> 밀려드는 재활용 쓰레기로 선별장 '몸살'
● 재활용품 선별장 가보니|| 배출 작년대비 30∼50%까지 증가 ||수출 막혀 재활용품 가격 연신 하락|| “추석 쉬기도 안쉬기도 어려운 상황”
  • 입력 : 2020. 10.04(일) 18:07
  • 최원우 기자
29일 북구 대촌동의 한 재활용 선별장 근로자들이 일렬로 서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있다.
"우리가 쉬면 이 많은 쓰레기는 누가 선별합니까. 연휴가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쉬는 추석이지만, 쉬는 것이 쉬는 게 아닌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활용품 쓰레기 선별장 노동자들이다.

이미 코로나19 발생 이후 선별량이 증가한 배출량을 따라가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추석까지 겹치면서 업무 과부하가 올 것이 뻔하기에 명절이 결코 반갑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30분께 찾은 광주 북구 대촌동의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

이곳은 광주 북구의 250세대 미만 가정과 상가에서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들을 선별하는 곳으로 수거업체가 선별장의 빈 공터에 쓰레기를 내리면 곧바로 분류에 들어간다.

오전부터 빈 공터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산같이 쌓인 봉투들 위에는 벌레들이 날아다녔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을 했다.

지게차는 쌓여가는 쓰레기들을 분류공간으로 쉴 틈 없이 실어 날랐지만, 작업에 투입된 중장비가 작아 보일만큼 재활용 쓰레기가 만든 거대한 쓰레기 산은 줄어들 기미가 안보였다.

지게차가 실어 나른 곳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있었고 벨트 옆에는 11명의 노동자들이 맡은 구역의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분류작업에 투입돼 오후 5시30분까지 쉴 틈 없이 움직인다. 이들에게 주어진 공식적인 휴식시간은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까지와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주어지는 15분간의 휴식시간이다.

분류하는 동안 얼굴은 마스크를 낀 채 땀으로 젖어 있었고 손과 눈은 쉴 틈조차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대화는 전혀 없었다. 그저 로봇처럼 분류작업을 반복할 뿐이었다.

김영님(69·여) 씨는 "검정색 비닐 봉투 속에는 음식물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고 참치 캔 뚜껑과 깨진 유리 등 날카로운 쓰레기가 섞여있어 다칠 때가 많다"며 "비닐에 이물질이 있으면 씻어야 하고 꼭 무색투명봉투에 담아 배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화순(53·여) 씨는 "모두가 휴식시간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오래 쉴수록 해야 될 일만 쌓일 뿐"이라며 "그래서 추석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해야 될 일은 계속 쌓여 가는데 오래 쉬면 우리만 더 바쁘게 일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별장의 최봉주 대표는 "휴식시간과 휴무일을 많이 주고 싶지만, 어차피 일이 어디로 가지 않기 때문에 그것 또한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며 "이곳 선별장은 휴무일을 주기도 주지 않기도 애매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매일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최 대표는 휴무일로 정한 30일부터 4일까지의 연휴기간에 하루를 더 추가해 5일까지 쉬기로 발표했다. 남들 다 쉬는 명절을 안 쉬게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휴무 연장 발표 이후 펄펄 날 듯한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최 대표의 얼굴에는 여전히 근심 가득했다.

코로나19로 폐플라스틱 배출량이 최소30%에서 50% 가까이 급증했지만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플라스틱 가격이 낮아져 폐플라스틱의 활용이 수지가 안 맞기 때문이다.

폐플라스틱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생된 원료 단가도 하락 곡선을 타고 있다. 페트병(PET)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는 1kg당 450원이었지만 현재는 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플라스틱(PP)의 경우도 400원에서 220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수출길이 막혀 국내에서 처리해야 되지만, 국내 처리 업체들마저 포화상태라 선별업체는 가져가 달라고 사정해야 되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선별장에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들어오면 돈을 더 벌어야 되는게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선별한 재활용품의 가격이 반 토막이 나면서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고나면 남는게 없다. 선별된 재활용품마저 가져가 준다는 업체에게 가격 상관없이 넘기는 중이며 그로인해 매달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건 '버티기' 밖에 없다. 노동자들 하루 일당이 12만원인데 이분들 월급마저 내 돈에서 나가는 상황이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재활용품 선별 사업이 유지되기 힘든 날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