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6-2> 언택트 시대, 동네마다 '쓰레기 산' 솟았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일주이슈
일주이슈 6-2> 언택트 시대, 동네마다 '쓰레기 산' 솟았다
● 쓰레기 수거 현장 가보니||코로나19·명절 연휴 영향 쓰레기↑ ||일회용 용기·스티로폼 선별장 포화 ||“시민 인식 변화·분리 배출 절실해”
  • 입력 : 2020. 10.04(일) 18:07
  • 김해나 기자

지난 3일 광주 북구 일곡동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봉투를 수거하고 있다.

"뒤로, 뒤로, 그만!"

쓰레기 수거 차량이 멈추자 차에 달린 회전판과 밀판이 번갈아 작동하며 어마어마한 양의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집어삼켰다.

쓰레기 봉투들이 압축되며 터지고 고인 물과 쓰레기 파편이 튀었다. 연탄구이 식당 앞 쓰레기는 봉투가 압축되면서 날리는 연탄재 먼지로 가득했다. 환경미화원들은 그 먼지를 고스란히 들이마시며 묵묵히 쓰레기 봉투를 수거할 뿐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른바 '집콕족'이 증가하며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5일 간의 추석 연휴까지 겹치면서 쓰레기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지난 3일 오전 5시30분께 광주 북구의 한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업체에서는 새벽부터 쓰레기 수거를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수거를 하고 이날 다시 이어진 쓰레기 수거 업무는 산더미같이 쌓인 쓰레기 봉투를 치우는 일로 시작됐다. 추석 당일 업무를 쉰 탓에 평소보다 2~3배 많은 쓰레기 봉투들이 눈에 띄었다.

평소라면 오전 6시부터 쓰레기 수거를 진행하지만, 이날은 140여명의 환경미화원이 평소보다 30분 일찍 수거를 시작했다. 명절기간 쓰레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조치한 것이다.

해당 업체의 경우 평소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250세대 미만 아파트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한다. 이날은 연휴 동안 무더기로 배출된 일반 쓰레기 탓에 산더미같이 쌓인 재활용 쓰레기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종량제 봉투 수거만 진행했다.

쓰레기 수거 차량을 운전하는 윤대성 씨는 "코로나 전에는 상가 쪽에 재활용 쓰레기가 많았었는데, 코로나가 대유행하며 상가보다 주택가나 아파트의 재활용 쓰레기가 증가했다"면서 "식당 등이 장사가 안되다 보니 상가의 재활용 쓰레기 양이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씨는 "명절에는 평소보다 쓰레기 양이 많기는 하지만, 이번 추석은 지난 명절보다 쓰레기 양이 훨씬 많다"며 "특히 가정 쓰레기가 많다. 코로나 여파로 집에서 나오지 않고 생활하는 영향이 확실히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쓰레기 수거 차량에 쓰레기 봉투를 가득 채우면 6톤 가량의 무게이다. 명절에는 한 번 수거로 부족해 남구 양과동의 광역위생매립장에 가득 채운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봉투를 수거하러 가는 작업만 2~3번 반복한다.

이날 윤씨가 운전한 쓰레기 수거 차량 역시 일차적으로 5.7톤의 쓰레기를 수거해 매립장에 버린 뒤 다시 수거를 하러 나섰다.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번거롭게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민원 등이 생길 때도 있다.

환경미화원 서재호씨는 "갓길에 불법 주차가 돼 있으면 차로 지나가며 거리에 쓰레기 봉투가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워 꼭 내려서 봐야 한다"며 "길거리에 한 번 쓰레기 봉투가 버려지기 시작하면 그곳이 배출 장소가 돼서 항상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아파트에서는 아침에 쓰레기차 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있어서 일을 시작할 때 바로 수거하지 않고 해가 뜨면 수거를 하러 간다"면서 "오늘같이 쓰레기가 많고 일정이 빠듯한 날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지 못하거나 늦게 수거하는데 그때마다 항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지난 3일 한 쓰레기 수거 차량이 광주 남구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에 수거한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있다.

지난 3일 찾은 광주 동구 지원동에 위치한 쓰레기 선별장. 추석 연휴에 쌓인 스트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같은 날 광주 동구 지원동에 위치한 한 쓰레기 선별장에는 입구부터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쓰레기 발생량이 많은 명절 연휴이지만 대책은 청소 인력의 '특근' 뿐이다. 이들에게 허락된 연휴는 추석 당일 단 하루. 이날 해당 선별장에서는 스티로폼 쓰레기 압축 작업에만 청소인력 2명, 재활용 쓰레기 선별 작업에 7명이 투입됐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과 포장이 많아지며 10년 차 베테랑 환경미화원들도 늘어난 업무량에 혀를 내둘렀다. 올해같이 재활용 쓰레기가 넘쳐난 적은 처음이라는 입장이다.

선별장에서 만난 광주 동구청 오영수 주무관은 "추석에 나온 스티로폼 쓰레기만 해도 포화상태다"며 "더 큰 문제는 분리배출은커녕 스티로폼 상자 안에 다른 쓰레기도 혼합해서 밖에 내놓다 보니 작업 속도도 더디다"고 토로했다.

광주 동구 지산동 거리에 쌓인 추석 쓰레기 옆에 걸린 '풍성한 한가위'를 가리키는 현수막.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지난 3일 광주 북구 일곡동 한 아파트에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