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인상에 담긴 선조들의 염원과 욕망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미술
석인상에 담긴 선조들의 염원과 욕망
윤길중 작품집 출간 기념전
  • 입력 : 2020. 08.11(화) 16:17
  • 박상지 기자

윤길중 작 'stone man'

윤길중 사진작가는 구례 출신으로 세상의 관심 밖에 있는 사물과 사람에 대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5년 동안 작업한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에서 장애인들의 일상을 그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했으며, 시화호를 만들면서 육지가 돼버린 형도, 그곳 갯벌을 복토한 땅에 뿌리 내린 나무들의 상처 많은 삶과 북아현동의 재개발지역을 조망했다.

최근에는 조선시대 무덤을 찾아다니며 석인들과 100여곳의 마을 입구에 남아있는 석장승들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고있다. 윤 작가가 프레임 속에 석인, 석장승의 모습을 담고있는 것은 '우리 선조들은 조각을 통해 무엇을 담아내고자 했을까. 돌을 조각해 그 곳에 생명을 불어넣고 왜 그들을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걸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답을 찾기 위해 5년간 800여곳을 찾아다니며 조각상들의 표정과 형태, 세워진 장소를 통해 선조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석인상은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왕릉에만 세워지다 조선시대(1392년~1910년)에 들어와 사대부들의 무덤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석장승은 주로 조선시대 후반에 만들어진 것들인데 마을이나 사찰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석인상은 유교에 바탕을 두고 있고, 석장승은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토속신앙에서 비롯됐다.

윤 작가는 우리 선조들의 욕망이 담긴 석인, 석장승을 단순히 사료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매체로 전통한지 위에 담아냈다. 모노톤 위의 한지에 자연스레 서있는 듯한 석인, 석장승의 모습은 우리 선조들과 함께 오랜 세월 꿋꿋하게 버텨온 굳센 의지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석장승에는 녹록하지 않은 삶 속에서 위안을 얻고 미래의 희망을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새겨져 있다"며 "죽어서도 석인상에 자신의 영혼을 오래도록 남기려 한 걸 보면 기원을 넘어 욕망에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집 'Human Desire'는 우리 선조들의 염원이 담긴 석인상 40장과 석장승 30장 등 총 70장의 작품이 담겨있다.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 (ArtSpace LUMOS) 석재현 대표와 일본 아트북 출판사인 아카아카(AKAAKA)사의 기미 히메노(Kimi Himeno) 대표가 공동으로 기획했고, 작가가 1년 동안 서울과 대구, 교토를 오가며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집이다. 'Human Desire'는 104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인쇄와 제본 등 제작은 모두 일본에서 진행됐다.

윤 작가의 'Human Desire' 작품집 출판 기념 전시회가 광주 동구 갤러리 혜윰에서 열린다. 오는 1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념전은 선조들의 욕망과 애환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결실로 탄생한 작품과 작품집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석재현씨는 "사진가 윤길중이 구현해 낸 석인상과 석장승들을 한 자리에 배열해 놓고 보면, 시간을 초월한 소통이 느껴진다"며 "한국의 전통과 인문학적 재해석, 그리고 예술적 가치를 두루 갖춘 그의 작업은 그들이 가두어 둔, 혹은 그들이 가두어진 '시간의 결'속에 깊이 품은 '염원의 이야기'을 들려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길중 작 'stone man'

윤길중 작 'stone man'

윤길중 작 'stone totem'

윤길중 작 'stone totem'

윤길중 작 'stone totem'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